시차 공시로 주가 급등락, 투자자 분통
LS마린솔루션은 지난 26일 정규장 마감 후 오후 4시 12분 먼저 3458억원 규모의 대형 해저케이블 포설선 건조 투자 계획을 공시했다. 이 소식에 투자자들은 호재로 인식하며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1만9400원에서 2만2700원까지 17% 급등했다.
그러나 불과 20분 후인 오후 4시 32분, 회사는 278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계획을 추가 공시했다. 주가는 즉시 급락세로 전환하며 14% 넘게 하락했다. 20분 만에 주가 변동폭이 30%에 달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이다.
투자자들은 "시설투자 공시로 주가를 띄우고 바로 유증 공시를 낸 것은 사기 아닌가", "시간차 공시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시차를 둔 것이 아니라 공시 진행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올리다 보니 시차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상장 후 최대 규모 유증, 주가는 7% 하락
27일 오전 11시 15분 기준 LS마린솔루션 주가는 전일 대비 7% 하락한 1만80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11% 넘게 빠지며 1만7280원까지 낙폭을 키웠으나, 전체 주식 수의 60%에 달하는 신주 발행 계획에 비해서는 예상보다 낙폭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발행가는 1만4220원으로 할인율 20%가 적용됐다. 총 1957만주의 신주가 발행되며, 7월 30일 확정 발행가가 결정된다. 조달 자금 전액은 해저케이블 포설선 건조에 투입된다.
이번 유상증자의 성공 여부는 최대주주인 LS전선의 참여 정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LS전선은 현재 LS마린솔루션 지분 66.75%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할수록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전달할 수 있고, 지분 희석 우려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신고서상 LS전선의 참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일 애널리스트 대상 IR에서도 실권주 인수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이 어렵다"고만 언급했다. LS전선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분율은 41.74%로 떨어지고, 100% 청약 시에는 67.82%까지 유지된다.
화려한 인수단 구성, 마케팅 강화 의도?
주목할 점은 2800억원대 공모 규모에 비해 인수단이 화려하다는 것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키움증권이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인수단에 참여했다. 모집주선은 LS증권이 맡았다.
계열증권사 포함 8곳의 증권사를 동원하는 것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LS전선이 일정 부분 실권할 것을 염두에 두고 소액주주 및 일반 투자자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규 CLV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LS마린솔루션의 신규 선박 투자 규모는 3458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68%에 달한다. 신규 선박은 2년여의 건조 기간을 거쳐 2028년 3월부터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SK증권 나민식 연구원은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장거리 프로젝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양항해가 가능한 선박이 필요해졌으며, 국내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대형화되면서 대형 선박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AI로 인한 데이터 처리량 증가와 중국의 해저케이블 파손 의혹으로 빅테크의 대륙 간 해저 통신케이블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해상풍력단지가 약 100MW에서 500MW급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CLV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 주가 희석보다 신성장 동력에 주목
증권가에서는 대규모 유증에 따른 주가 희석 우려보다는 신성장 동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증권은 LS마린솔루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2만5000원으로 설정했다.
나민식 연구원은 "최근 회사의 성장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있었으나, 이번 투자가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주식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보다는 LS마린솔루션의 신성장 동력에 더욱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LS마린솔루션은 1995년 설립된 해저케이블 시공 및 유지보수 전문업체로, 해저통신케이블뿐만 아니라 해저송유관, 가스관 등의 파이프라인 설치, 해저 전력케이블 건설, 해양 심층수 공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전략적으로 해저케이블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LS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S전선이 증자 참여 규모를 이른 시일 내에 확정해 공시해야 대규모 증자 및 늑장 공시 논란으로 날이 선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