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투자증권에서 잇따라 나온 대형 금융사고가 진 회장 연임 행보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핵심 자회사의 반복적인 리스크 관리 실패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끝나지 않는 악몽, 신한투자증권 금융사고
신한투자증권의 금융사고 이력은 길고도 아프다. 신한금융투자 시절부터 시작된 대형 사고들은 그룹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해왔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에서 신한금융투자는 핵심 당사자로 지목됐다.
신한투자증권(당시 신한금융투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개인투자자 판매분 2400억원 가운데 무려 800억원을 담당했고, 총 6000억원 설정액 중 절반이 넘는 3600억원의 대출까지 떠안았다. 부당권유금지 등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막대한 배상책임과 함께 회복하기 어려운 평판 손실을 입었다.
라임 사태가 진행되던 같은 시기,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 문제도 불거졌다. 총 5280억원 규모로 판매된 이 상품의 3/4에 해당하는 4000억원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금융 PWM센터를 통해 고객들에게 팔려나갔다. 이자 지급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고, 브라질 라탐호스피탈리티 펀드 연계 상품에서도 2019년 11월 이자 지급이 유예되며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1300억원 손실, 조직적 은폐 기도까지
지난해 터진 금융사고는 그 규모와 성격 면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2024년 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약 두 달간,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 유동성공급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내부 직원이 규정을 어기며 선물 매매를 벌이다 13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냈다. 8월 초 아시아 증시 대폭락으로 코스피200 선물거래에서 시작된 손실을 만회하려다 오히려 더 큰 구멍을 뚫은 것이다.
문제는 금액의 크기만이 아니었다. 손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를 등록하는 등 조직적인 은폐 공작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심각했다. 해당 부서는 이 같은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고, 결국 두 달이 지난 10월 11일 선물거래 결산 과정에서야 회사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태가 공개되자 진옥동 회장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지난 10월 17일 윤재원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과 함께 주주서한을 발송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진 회장은 서한에서 "자회사인 신한투자증권에서 최근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며 상황을 설명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이 정확한 사실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CEO가 주재하는 긴급회의를 열어 위기관리 모드에 돌입했다. 진 회장과 윤 의장은 "내부통제를 다시 한번 되짚고 강화하겠다"며 "주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신한금융이 다른 금융그룹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해왔고, 은행 책무구조도를 업계 최초로 제출하며 모범 사례로 평가받아온 터라 이번 사고의 충격은 더욱 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한지주의 최근 경영 성과가 견고하다는 점이다. 신한지주는 올해 1분기 순이익 1조48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6% 성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일정 부분 달래고 있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27%까지 올라 전 분기 대비 21bp 상승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그간 제기됐던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을 위한 자본력 부족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하나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간 순이익이 1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형 은행지주사 중 이익 증가폭이 가장 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전망도 밝다. 신한지주의 2025년 추정 순이익은 5조원에 달해 KB금융에 이어 업계 두 번째로 5조원대 순이익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홍콩 ELS 고객 보상비용과 증권 파생상품 거래손실, 라임펀드 손해배상 등으로 세전 4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떠안았지만, 올해는 이런 일회성 요인들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 회복 노력
신뢰 회복을 위한 진 회장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진 회장은 최근 일주일간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폴란드 바르샤바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신한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알리고, 동시에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였다.
골드만삭스 경영진과의 연쇄 미팅에서는 투자은행 부문 역량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고, 에너지·인프라·방산 분야의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는 폴란드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진출 기회를 모색했다.
진 회장은 "해외 투자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한국 경제와 신한금융의 전략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한 밸류업 전략"이라며 "글로벌 금융사의 장점을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해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신한지주가 종합금융그룹으로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자은행(IB) 부문의 핵심인 신한투자증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행 중심의 전통적 금융서비스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투자자문, 인수합병 등 고부가가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신한투자증권이 그 중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진옥동 회장의 연임 여부 또한 신한투자증권의 체질 개선 성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반복돼온 금융사고로 쌓인 불신의 벽을 허물고, 구멍 뚫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느냐가 그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사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한투자증권의 전면적인 혁신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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