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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손의 배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의 위기

제이에스티나, 6년간 12만개 시계 원산지 둔갑 ... 김 회장 딸이 대표

2025-05-09 13:42:03

로만손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판 혐의로 김유미 제이에스티나 대표 등과 함께 검찰에 기소된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로만손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판 혐의로 김유미 제이에스티나 대표 등과 함께 검찰에 기소된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국내 유명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6년간 중국산 시계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한문혁)는 지난 3월 5일 김유미 제이에스티나 대표와 영업부장 등 5명, 그리고 법인 제이에스티나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과 본부장 등 임직원 5명은 약식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제이에스티나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에서 손목시계 약 12만개를 싼값에 들여와 국산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아세톤 용액을 이용해 시계에 부착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표기를 지우고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원산지를 속였다는 점이다. 이렇게 국내산으로 둔갑된 시계들은 제이에스티나의 시계 브랜드인 '로만손(Romanson)' 등의 이름으로 판매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제이에스티나가 다른 공장에서 납품받은 손목시계를 자사에서 직접 생산한 것처럼 속여 조달청에 납품한 정황도 추가로 포착했다. 제이에스티나는 2023년 자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것으로 허위 증명서를 발급받았지만, 실제로는 다른 회사 제품을 조달청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김유미 대표에게 판로지원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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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알려지자 제이에스티나 측은 즉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문제가 발생한 로만손 시계는 모두 개선 조치했고 향후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안은 중국의 저가 기성품을 원산지만 한국산으로 바꿔 판매한 것이 아니라, 로만손 책임 하에 기획, 디자인, 설계, 품질검사, AS, 브랜딩 등 모든 제반 업무를 국내에서 수행하고 단지 생산 과정만 해외에 위탁했던 것"이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알만한 브랜드의 장기간 대담한 사기 행각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17년부터라니 오래도 했다. 나도 아는 브랜드면 인지도가 꽤 있는 회사라는 이야긴데 용기가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60억이나 되는 사기금액에 약식기소라니 일반인이 그랬다면 벌써 구속아닌가?"라며 김기문 회장의 약식기소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제이에스티나의 회사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문 회장의 자격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김 회장은 1988년 제이에스티나의 전신인 시계 업체 '로만손'을 설립한 창업주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제23·24대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19년 재선돼 26·27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의 대표주자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기업에서 벌어진 이번 윤리 일탈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인은 "중기중앙회장의 처신이 우리 중소기업 모두의 신뢰도에 먹칠을 했다"며 "앞으로 정부나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 권익을 주장할 때 이번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이 김 회장 일가의 첫 기업윤리 논란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 회장과 가족들은 지난 2019년에도 회사 실적 악화 공시 직전 보유 주식을 대량 처분해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산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의 동생인 김기석 당시 공동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법원은 결국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의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제이에스티나의 실적도 이미 부진한 상황이었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반면, 영업손실은 346.7% 불어나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기간을 넓혀 봐도 2017년부터 8년간 2021년과 2022년만 제외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김유미 대표 역시 이번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1980년생인 김유미 대표는 2013년 입사해 2018년 임원에 오르는 등 '초고속승진' 행보를 걷다 2019년 12월 삼촌인 김기석 전 대표가 불공정주식거래 혐의로 구속되면서 급작스럽게 대표 자리에 올랐다. 대표 자리에 오른 지 5년이 지나도록 경영능력이나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또 하나의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전문가들은 "가족 중심 경영일수록 준법감시 기능과 견제 장치가 취약해지기 쉽다"면서 "오너의 잘못된 결정 하나가 기업과 업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회장은 위치에 걸맞게 투명한 진상 공개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필요하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재판 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사건이 제이에스티나는 물론 중소기업계 전체에 던지는 교훈과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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