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은 27일 ESG 리포트를 통해 "개정 상법 시행 전 분할·자진상폐 등 지배구조를 서둘러 개편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올해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4월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로 환송됐다. 이후 4월 17일 재의결에서 정족수 200석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나 6월 3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직후인 6월 5일 이정문 의원 등 25인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와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당초 6월 12일 처리 예정이었으나 본회의가 철회되면서 7월 4일까지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정 상법 시행 후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 외부 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 공격, 소액주주 관여활동 등이 증가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강화 전 사업구조 개편, 자금 조달, 신사업 추진 등 굵직한 경영 사안들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벌써 4개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한솔피엔에스는 올해 3월 31일부터 4월 30일까지, 이어 5월 12일부터 6월 2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텔코웨어는 5월 19일부터 6월 10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기업으로는 비올이 6월 18일부터 7월 7일까지, 신성통상이 6월 9일부터 7월 9일까지 공개매수를 실시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5% 이상이면 자진상폐 요건에 해당한다.
엄 애널리스트는 "규제 강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평시에 주가 관리와 IR 활동, 공시 의무 등이 부담스러워 상장폐지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어떤 이유로 자진상폐를 추진하건 상폐를 원치 않는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급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물적분할 반대 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현재 발의된 M&A 의무공개매수제도 등도 지배구조 개편 시 소액주주가 적절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며 "자진상폐 시 공개매수 단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규제의 손길이 뻗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자진상폐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유독 높은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지분율 80% 이상인 상장회사는 24개사에 달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높은 주요 기업:
삼보산업(100%), F&F홀딩스(91.71%), 국일제지(89.14%), 동원산업(87.89%), 페이퍼코리아(86.6%), 에스엠벡셀(86.09%), 천일고속(85.74%), 남화산업(85.12%), 교보증권(84.74%), 한국제지(84.69%), 신성통상(83.87%), 서울보증보험(83.85%), 동원시스템즈(83.38%), 화인써키트(83.34%), 에르코스(83.21%), 메쎄이상(82.79%), LG에너지솔루션(81.84%), LS네트웍스(81.8%), 한국비티비(81.13%), 블랙야크아이앤씨(81.02%), 가온전선(81.62%), 한국캐피탈(80.41%), 세아홀딩스(80.68%), 조선내화(80.18%).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