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HD현대중공업 노조 소식지 등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요즘 국내외에서 조선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노조도 이에 화답했다. 백호선 HD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은 정 부회장의 방문에 고마운 마음을 표하며 "노사 신뢰를 위해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향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줄 것도 함께 촉구했다.
이번 방문은 정 수석부회장의 단독 행보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노사가 만나는 자리에는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주로 함께했다. 지난해 9월 HD현대그룹으로 편입된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 생산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권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동행해 새 가족이 된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이후 10년 만에 수석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문을 두고 정 수석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임단협을 앞두고 개별적으로 노조를 방문해 노사 관계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이라며 "최근에는 미국 방문으로 통상 대응에 나서는 등 승계 시계가 빨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급변하는 대외 환경 변화에도 직접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국방부와 해군, 육군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미국 방산 AI 기업 팔란티어를 방문해 현지에서 협력 논의를 구체화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해군의 차기 핵심사업이 될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념설계 사업'을 해군본부로부터 수주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달 중 착수회의를 열고 올 12월까지 약 8개월간 전투용 무인수상정에 적용되는 성능, 기술 등에 대한 요구사항 및 획득방안을 결정하는 개념설계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초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와 무인수상정 개발 및 시장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이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다음 달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HD현대 주주총회에 참석해 노조를 동반 성장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과 공정한 성과분배, HD현대의 사회적 책무이행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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