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가문의 혼맥은 한국 재계와 문화계를 폭넓게 연결하는 독특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가에서 분리된 후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 가문은 한국 경제계의 주요 인사들과 혼인 관계를 맺으며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문화예술계와의 연결고리가 두드러지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혼맥은 단순한 가족 관계를 넘어 비즈니스 협력과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되어왔으며, CJ그룹이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기도 했다.
CJ 가문의 시작 이맹희-손복남
CJ그룹의 근간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과 손복남 여사의 결합에서 시작됐다. 1956년, 일본 유학 중이던 이맹희 전 회장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귀국 명령으로 돌아와 불과 한 달 만에 손복남 여사와 혼인했다.
손복남 여사의 부친인 손영기 전 경기도지사는 농림부 양정국장을 지냈으며, 일제강점기 관료 출신으로 이병철 회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 두 집안의 연결은 당시 한국 재계의 대표적인 명문가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이맹희 전 회장과 손복남 여사는 미국 유학 시절 이미경 CJ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을 낳았고, 귀국 후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를 더해 2남 1녀를 두었다.
현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현 회장은 1960년생으로 삼성가 3세 중 유일하게 해외 유학 경험이 없다. 경복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처음에는 씨티은행에 입사했으나, 할아버지 이병철의 압력으로 1983년 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재현은 1985년 경리부 과장을 거쳐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발탁될 때까지 제일제당에서 경영을 배웠다.
CJ는 1993년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시작해 1996년 5월 '제일제당그룹' 출범을 공식화했고, 1997년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했다. 이재현 회장은 1998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있다가 2002년 3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회사 이름을 CJ로 바꾸고 엔터테인먼트·미디어·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재현 회장의 결혼과 가족
이재현 회장은 부산 출신으로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를 졸업한 김희재 여사와 연애결혼을 했다. 대학 시절 친구 모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재현 회장이 씨티은행에, 김희재 여사는 디자인회사에 다닐 때 본격적으로 교제했다. "미국 가지 마라"라는 한마디가 프러포즈였다고 전해지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재계에서도 유명한 이야기가 됐다.
김희재 여사의 어머니인 김만조 박사는 '김치박사'로 알려진 학자로, 연세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이런 배경은 CJ가 식품 분야에서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13년 7월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546억 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963억 원대 법인 자산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8월에는 부인 김희재 여사로부터 신장을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다. 2016년 8.15특사로 풀려난 후에는 건강 문제로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는 듯했으나, 2022년부터는 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이경후 실장은 이재현 회장과 김희재 여사의 딸로, 미국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11년 CJ주식회사에 입사했다. 그녀는 미국 유학 중 만난 정종환 CJ 부사장과 2008년 8월 31일 결혼했다. 이경후 실장과 정종환 부사장은 현재 2자녀를 두고 있으며, 그룹 내에서 차세대 경영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경후 실장은 CJ ENM의 글로벌 콘텐츠 전략을 주도하며 'K-콘텐츠'의 세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콘텐츠 사업의 핵심 의사결정권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내며 한국 콘텐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23년에는 CJ ENM의 일부 프로젝트에서 과도한 영향력 행사와 관련한 내부 불만이 제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4년에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대규모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며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한층 강화했다.
최근에는 AI와 메타버스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초부터는 실감형 콘텐츠와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콘텐츠 제작 환경 구축에도 힘쓰며 ESG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이선호 실장(1990년생)은 이재현 회장과 김희재 여사의 아들로,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3년 7월 CJ그룹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용규 씨의 딸 이래나 씨와 2016년 4월 결혼했으나, 안타깝게도 이래나 씨는 같은 해 11월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선호 실장은 2018년 10월 이다희 전 스카이티비 아나운서와 재혼했다. 이다희 씨는 미국 퍼듀대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방송인 출신으로, 2016년 스카이티비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랭킹베이스볼' 등을 진행하며 유명세를 탔다. 이들 부부는 현재 2자녀를 두고 있다. 이 결혼은 미디어 분야와의 연결을 강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선호 실장은 최근 CJ제일제당의 신사업 전략과 해외 진출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초에는 CJ제일제당의 전략 부문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특히 대체단백질, 푸드테크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이끌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말에는 일부 계열사 인수과정에서 의사결정 논란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2024년에는 그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내부 불만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조직 내 소통을 강화하고 수평적 기업문화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선호 실장은 2025년부터는 CJ그룹의 ESG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며, 특히 친환경 식품 패키징과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식품 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AI 기반 식품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경 CJ부회장 혼맥과 경영 활동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미키 리'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미국인들이 '미경이'라는 발음이 서툴러 '미키'로 부르면서 '미키 리'로 불리게 되었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 졸업 후 하버드대학에서 동아시아 지역학 석사를, 중국 푸단대학에서 역사교육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미경 부회장은 과거 김석기 전 중앙종금 회장과 결혼했으나 이혼했다. 김석기 전 회장은 이후 연극배우 윤석화 씨와 결혼했다. 이미경 부회장의 첫 결혼은 금융권과의 연결을, 이혼 후 전 남편의 재혼은 문화예술계와의 간접적 연결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경 부회장은 1995년 스필버그 감독 등이 설립한 세계 최대 영상소프트 회사인 드림워크스와 제일제당의 합작을 성사시키며 능력을 발휘했다.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에 능통한 그녀는 국제적인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해 CJ그룹의 글로벌 문화사업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
2022년부터는 글로벌 영상 콘텐츠 전략을 총괄하며 CJ ENM의 해외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에는 세계 여성 최고경영자 포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한국 여성 경영인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24년에는 할리우드와 유럽 영화 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한 콘텐츠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CJ그룹의 글로벌 ESG 활동의 선두에 서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문화 콘텐츠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2025년 초부터는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K-컬처의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이미경 부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신기술을 콘텐츠 산업에 접목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AI 기반 창작 도구 개발과 메타버스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과 CJ그룹
이재현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은 사실상 이재현과 함께 CJ를 이끌어왔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그는 현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고 있다. 삼성비서실 신규사업팀에서 일했고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지냈던 손경식은 부인 김교숙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다.
CJ가문 혼맥의 특징과 미래
CJ가문의 혼맥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전통적인 재계 인사들과의 연결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 둘째, 문화, 미디어, 예술계와의 연결을 통해 CJ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인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셋째,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들과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장해왔다.
이러한 전략적 혼맥은 CJ그룹이 식품회사에서 출발해 엔터테인먼트, 물류, 바이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으며, 3세대로 이어지는 가업 승계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확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가문의 새로운 세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며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CJ가문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국제적 인맥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연결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CJ그룹은 AI, 바이오,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문화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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