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불길과 끝없는 사투
첫 출동지는 축사와 가축분뇨 적치장이었다. 축사는 이미 전날의 화재로 크게 훼손된 상태였지만, 바닥에 남은 가축 배설물과 왕겨에서 계속해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산 아래 위치한 가축분뇨 적치물이었다. 강한 바람 속에서 훈소되던 적치물이 언제든 불꽃을 일으켜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었다. 우리는 긴장 속에서 방수와 함께 갈고리로 뒤집는 작업을 반복했고, 다행히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소화전이 없었고, 방수 중 물이 떨어질 때마다 급수 지원을 받으러 이동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불길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을까, 주변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 속에서 작업을 이어갔다.
야간이 되자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불꽃들이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고, 신고가 쏟아졌다. 우리는 또다시 축사 마당에 쌓여 있던 대량의 사료용 건초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가연물이 많아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고, 민간 포크레인까지 동원될 정도로 진압이 쉽지 않았다. 나 역시 급수 지원을 위해 끊임없이 현장과 소화전을 오갔다. 좁은 진입로와 짙은 연기 속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컸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 그렇게 8~9시간의 사투 끝에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한계에 다다른 순간, 다시 시작된 출동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우리는 집결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새벽부터 이어진 활동으로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휘본부에 교대를 요청했고, 짧은 휴식을 취한 후 5시 42분, 다시 출동 명령을 받았다. 또다시 마주한 것은 대량의 사료용 건초 화재였다. 인력이 부족해 포크레인을 요청했지만, 도착 전까지 우리는 갈고리를 이용해 직접 건초 더미를 뒤집으며 방수해야 했다. 매캐한 연기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포크레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버텨야 했다. 그렇게 8시 58분까지 작업이 이어졌고, 집결지로 복귀한 후에야 간단한 샤워와 늦은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후 교대조를 맞이하기 위해 소방 차량과 장비를 정비하며 우리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번 의성 산불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국가적 재난이었다.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 것은, 작은 불씨 하나가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산불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와 시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조한 날씨 속에서 작은 부주의가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기억하고, 산불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등산 시 화기 소지 및 사용을 금지해야 하며,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는 화재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삼가야 한다. 또한, 고춧대와 같은 작물 수확 후 남은 가지 및 농업 부산물 소각 역시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파쇄기 대여를 지원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번 산불 진압 활동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동료들과 함께였기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는 지친 몸과 마음에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산불로 희생되신 국민과 임무 수행 중 순직한 헬기 기장 박현우 님, 그리고 경남 산청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 순직한 창녕군 소속 산림녹지과 공무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께 깊은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관, 경찰, 군인, 산불진화대,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써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로벌에픽 김민성 CP / Kmmmm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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