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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망각한 ETF수수료 경쟁

2025-03-14 16: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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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삼성자산운용(이하 삼성)과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의 최저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에셋은 지난 6일 미국 ETF 수수료를 0.07%에서 0.0068%로 대폭 인하했다. 2020년 11월 이후 5년 만에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총보수를 인하한 것이다. 다음날 삼성은 미국 지수 추종 ETF인 KODEX(코덱스) 미국S&P500·미국나스닥100 2종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099%에서 업계 최저인 0.0062%로 인하했다. 미래에셋에 맞서 삼성이 맞불을 놓은 셈이다.

삼성과 미래에셋은 국내 ETF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운용사다. 시장을 양분하는 자산운용사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은 자산운용사들이 떼어가는 수수료가 줄어드니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과도한 수수료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투자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신상품 개발과 리서치 역량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이사는 "수수료 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상품 개발과 관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저가 ETF만 남게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린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면서 줄어든 수익을 은행처럼 예대마진으로 보충하려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회사 임원 중에는 ELB(주가연계채권) 같은 상품을 팔아 예대마진이나 챙기는 게 낫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증권사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마진 대출도 증권사의 수익 모델 중 하나인 건 맞다. 그러나 증권사의 주 수익원은 중개 수수료, 자기자본 투자, 자산관리, IPO 주관, M&A 자문 등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가치(또는 수익ㆍ이익)은 매출에서 비용을 차감한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가치를 계산하는 기본 공식이다. 공식만 놓고 보면,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매출은 올리고, 비용을 절감하면 된다. 매출을 올리는데 자신이 없다면, 결국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관리(재무)를 중시하는 회사일수록 비용 절감을 최우선시 한다. 그러다보면, 기업의 혁신, 혹은 창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금 금융투자업계가 처한 환경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다시 금융투자의 본질을 고민할 때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금융업의 형태는 변화하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기능과 본질은 그대로다.
금융투자업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경제 성장 촉진, 위험 관리를 통한 시장 안정성 제고, 이를 통한 사회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데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도 이러한 본질적 가치는 변함없는 금융투자업의 존재 이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규섭 금융·연금 CP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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