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상륙작전 ② 한화] 한화에너지 IPO로 승계+자금조달 노리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3121608360726148439a487410625221173.jpg&nmt=29)
한화그룹 승계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주요 국내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증권사들은 이미 한화에너지 분석 및 공모 전략 수립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이번주 입찰 제안서가 제출되면 본격적인 주관사 선정 경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IPO는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에 대한 오너 3세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보부문 분사해 자본금 30억원 한화에스앤시 설립
한화에너지의 기원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4월 ㈜한화 정보부문을 분사해 한화에스앤씨가 설립됐다. 출범 당시 자본금은 30억원으로 ㈜한화가 66.67%(40만주), 김승연 회장이 33.33%(20만주)의 지분을 보유했다.
2005년 6월에는 ㈜한화가 보유 중이던 40만주를 주당 5100원(20억4000만원)에 김동관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같은 시기 김승연 회장도 자신의 보유 주식 20만주를 김동선·김동원에게 각각 10억원에 절반씩 매각했다. 2007년 한화에스앤씨는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 김동선·김동원 형제가 참여하면서 김동관 50%, 김동선·김동원 각 25%의 현재 지분구조가 완성됐다.
이후 한화에스앤씨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루었다. 단순한 정보부문 분사로 설립된 작은 회사가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와 M&A를 거듭하면서 자산총계 13조원에 달하는 거대 종합에너지 회사로 성장했다.
2007년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은 100% 자회사 형태로 여수열병합을 설립했는데, 이를 한화에스앤씨의 자회사인 군장열병합이 인수했다. 이후 2010년 군장열병합의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한화에스앤씨와 합쳤고, 2012년 여수열병합은 한화에너지로 사명을 바꾼 뒤 군장열병합을 흡수합병하며 한화에스앤씨→한화에너지의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한화에너지는 2015년 말 삼성종합화학(현재 한화임팩트) 인수에 참여하며 몸집을 크게 불렸다. 2017년에는 한화에스앤씨가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존속법인의 사명을 에이치솔루션으로 변경했고, 이후 자회사였던 한화에너지가 에이치솔루션을 역합병하면서 현재의 한화에너지가 탄생했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몇 가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이 김동관 부회장에게 한화에스앤씨 지분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과 한화에너지의 성장 과정에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들은 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는 한화그룹이 승계 과정에서 법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했음을 보여준다.
지분 헐값 매각 의혹, 법원서 최종 무혐의 처분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 시절부터 ㈜한화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2018년 2%대에 불과했던 지분율은 2021년 5%대까지 확대됐고, 같은 해 한화에너지가 에이치솔루션을 역합병하면서 ㈜한화의 주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분율이 9.7%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인 지분 확대에 나섰다. 2023년 7월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 지분 5.2%를 약 1170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12월에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지분 7.25%를 1520억원에 추가 취득했다. 한화그룹은 이러한 지분 확대가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고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지분 확대를 통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22.16%로, 김승연 회장(22.65%)에 이은 2대 주주 위치에 올랐다. 여기에 김동관(5.43%), 김동원(2.14%), 김동선(2.17%) 등 3형제가 이미 ㈜한화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분 영향력은 김승연 회장보다도 커지게 됐다. 이는 오너 3세→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한화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약 57%, 3개월간 약 72%의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자회사 및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에 따른 순자산가치(NAV)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한화비전, 한화솔루션 등 상장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약 14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한화에너지가 고려아연으로부터 인수한 ㈜한화 지분도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주당 2만7950원, 총 1520억원을 들여 인수한 지분의 가치는 현재 시가로 2314억원에 이르며, 평가이익은 800억원에 달한다. 이는 52%가 넘는 수익률로, 한화에너지의 투자 판단이 매우 탁월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좋은 회사의 지분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각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려아연은 2022년 한화 지분을 주당 2만 8850원으로 평가하고 자사주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했으나,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자금 조달이 급박해지면서 한화에너지에는 당시 인수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끊이질 않는 ㈜한화+한화에너지 합병 시나리오
한화에너지의 IPO는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오너 3세의 그룹 승계 작업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재무적 측면에서 IPO는 한화에너지에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수년간 계열사 및 태양광 사업 투자 확대로 차입금 규모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한화에너지는 작년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해 약 9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IPO 공모 자금과 함께 이 자금을 활용해 ㈜한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너 3세의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재계에서는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충분히 늘린 뒤 두 회사를 합병하는 승계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합병 후에는 3형제가 맡은 사업별로 인적 분할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조선·에너지, 김동원 사장이 금융,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로봇·반도체 장비 관련 계열사를 맡고 있어, 이러한 사업 구분에 따른 분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삼형제가 IPO 과정에서 지분 일부를 매각해 향후 필요한 상속세 등 승계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비상장 회사인 만큼 합병 비율 산정이 쉽지 않았는데, 상장하면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며 "다만 한화에너지의 삼형제 지분율이 희석되는 만큼 상황에 따라 승계 전략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양지환 연구원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당 개정안은 주주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 연구원은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이 빨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도 주가 상승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 통과시 이사의 총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강화되는 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법적 환경의 변화가 한화그룹의 승계 전략 실행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의 IPO와 관련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서 필요한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국내외 신인도 제고를 위해 IPO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승계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한화와 합병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화에너지의 IPO와 ㈜한화 지분 확대가 명백히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현재 지분구조상 정리 작업은 상당부분 마무리됐으며, 최종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만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상 ㈜한화는 그룹의 정상에 위치해 있으며 동일인은 김승연 회장이지만, 한화에너지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오너 3세의 비상장회사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에 가까워졌다.
㈜한화는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아니다. 이러한 구조는 그간 오너 일가가 경영승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었다. 과거 SK그룹도 비슷한 이유로 SK㈜와 SK C&C를 합병한 바 있어, 한화그룹도 유사한 지배구조 개편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한화그룹 승계 작업의 핵심은 오너 3세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통해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는 것이다. 한화에너지의 IPO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향후 ㈜한화와의 합병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를 명확히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한화에너지의 상장 준비와 ㈜한화 지분 확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 맡은 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그룹을 분할·승계하는 장기적인 플랜의 일부로 해석된다. 이는 20년 전부터 시작된 치밀한 승계 계획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오너 3세 중심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완성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너지는 어떤 회사?]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군산2국가산단에서 열병합발전소 기반 집단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더불어 해외 태양광과 전력 리테일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 등 계열사 및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한화에너지의 연결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조754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4조495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실적 측면에서는 2021년 영업손실 235억원을 기록했으나, 2022년에는 529억원의 흑자로 전환했고, 2023년에는 2150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2023년에는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 3조9468억원, 영업이익 827억원을 올렸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전력 판매 가격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태양광 프로젝트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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