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윤동주 시인의 80주기를 맞이하여 시인 금보성이 발표한 추모시 「나무」는 윤동주의 문학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도 깊은 애도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이 시는 단순한 헌사가 아니라,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시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노래한 윤동주의 정신을 반추하며, 그것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 어둠 속에서 뿌리를 내린 존재 – 윤동주의 삶과 시의 본질
시 「나무」는 “나는 깊은 어둠 속에서 / 뿌리를 내렸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는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강한 상징성을 띠고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억압의 시대 속에서 윤동주는 시인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정립해 나갔다. 그의 삶은 강요된 침묵과 맞서 싸운 과정이었으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 시편들은 그 투쟁의 기록이었다.
금보성의 시는 이러한 윤동주의 삶을 나무에 빗대어 형상화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 흙의 슬픔을 마셨다.”라는 표현은 조국의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시인의 고통과 내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흙은 뿌리의 생명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역사적 슬픔을 품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2. 흔들리는 나무, 그러나 노래하는 가지들
“바람이 나를 흔들어 / 시를 쓰게 하여도 / 잎새들은 별처럼 떠났지.”라는 구절은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구절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윤동주는 시대의 폭력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시를 통해 진실을 노래했다.
여기에서 ‘바람’은 시대적 폭압을, ‘흔들림’은 그 속에서 고뇌하며 살아가는 시인의 내면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히 흔들리는 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잎새마다 바람의 말을 적고 / 가지마다 별이 된 시들이 노래했지.”라는 부분은 윤동주의 시가 단순한 한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후대에까지 울려 퍼지는 노래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윤동주의 시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그가 바람 속에서도 끝내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3. 낙엽이 된 별들, 그러나 남아 있는 노래
윤동주의 짧은 생애를 떠올릴 때, 그의 시를 읽는 우리는 종종 비극적 감정을 피할 수 없다. 금보성의 시 또한 그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낙엽이 되어 떠나는 별들에게 / 나는 말하지 못했다. / 너희가 사라져도 / 너희의 노래는 내 안에 남아 있다고.”
여기서 ‘별’은 윤동주의 시와 함께 그의 삶을 의미한다. 그는 이미 떠나갔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살아 남아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윤동주의 시가 지닌 가장 큰 힘은 바로 이러한 지속성이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정신과 시는 별빛처럼 우리 곁에 남아 있다.
4. 별빛이 다시 내리는 날, 그리운 이름을 새기며
5. 문학적 계승과 시대적 의미
금보성의 「나무」는 단순한 추모시를 넘어, 윤동주의 시가 지닌 문학적 가치와 시대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윤동주가 노래했던 “별”과 “바람”의 상징이 금보성의 시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그를 통해 오늘날의 독자들은 윤동주의 시를 현재적 시점에서 다시 읽게 된다.
8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바람이 흔드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처럼, 그리고 금보성의 시처럼, 우리는 그 흔들림 속에서도 노래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무」는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윤동주의 시 정신을 다시금 깨우고, 그것을 이어가야 한다는 다짐의 선언으로 읽힌다. 금보성 시인은 윤동주 시인에게 올리는 헌시에 AI 곡을 입혀 노래를 만들었다.
나무
- 윤동주 80 주기 헌시 -
나는 깊은 어둠 속에서
뿌리를 내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흙의 슬픔을 마셨다.
더는 하늘을 볼 수 없다
발끝에 말라가는 땅의 숨결
기억하기 싫단다.
별을 헤던 밤은 사라지고
햇살을 등에 진 잎새마다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나를 흔들어
시를 쓰게 하여도
잎새들은 별처럼 떠났지.
나는 흔들리며 살았어도
잎새마다 바람의 말을 적고
가지마다 별이 된 시들이 노래했지.
지나가는 사람들 모습
내 그늘에서 쉬어가고
그들의 이야기로 된 나이테.
낙엽이 되어 떠나는 별들에게
나는 말하지 못했다.
너희가 사라져도
너희의 노래는 내 안에 남아 있다고.
눈 내리는 밤에도
나는 여전히 시를 쓰리라.
별빛이 다시 내리는 날
그리운 이름 하나,
잎새마다 새겨 주리라.
나는 깊은 어둠 속에서
뿌리를 내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흙의 슬픔을 마셨다.
바람이 나를 흔들어
시를 쓰게 하여도
잎새들은 별처럼 떠났지.
나는 흔들리며 살았어도
잎새마다 바람의 말을 적고
가지마다 별이 된 시들이 노래했지.
낙엽이 되어 떠나는 별들에게
나는 말하지 못했다.
너희가 사라져도
너희의 노래는 내 안에 남아 있다고.
눈 내리는 밤에도
나는 여전히 시를 쓰리라.
별빛이 다시 내리는 날
그리운 이름 하나,
잎새마다 새겨 주리라.
글: 금보성(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 백석대 교수. 시집7권상재. 개인전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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