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거나 특별한 날을 맞이한 연인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준강간이다. 함께 술을 마시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스킨십을 나누던 중 갑작스러운 거부에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은 물론, 상대방이 이를 형사 고소로 이어간다면 하루아침에 피의자가 된 당사자는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준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한 강간과는 다르게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범죄다. 이 때문에 술에 취하거나 잠에 든 피해자가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준강간 사건은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조차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상대방이 고소하겠다는 연락에 놀란 당사자들은 실체 진실을 외면한 채 서둘러 사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신분, 가정 등 잃을 것이 많다는 생각에 사과부터 하고, 심지어 없는 사실까지 인정하며 반성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이러한 사과를 증거로 첨부하여 고소를 진행하고,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과 피의자의 사과를 근거로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뒤늦게 후회하는 피의자들도 적지 않다.

준강간 사건은 대부분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술이나 잠에 취한 상태로 발생하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 확보가 어렵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크다. 이로 인해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적절한 초기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불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대표변호사는 “준강간 사건은 민감한 사안으로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수사 및 재판과정 내내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되고, 만약 혐의가 인정된다면 중범죄로서 초범이라도 실형은 물론 신상정보등록,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 취업제한 등의 보안처분까지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합의 하에 이루어진 성관계였음에도 이후 상대방이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성범죄 피해를 주장한다면 주저없이 형사 전문 변호사를 통해 상대방과의 만남, 음주, 성관계 모든 과정을 분석하고 특히 성관계 당시 상대방이 진정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였는지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고 조언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