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ELS 상품에 가입할 때 H지수의 높은 변동성과 ELS 투자 위험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거액을 집어넣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에 따른 손실 규모만 최소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은행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연맹 등에 따르면,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강모(58) 씨는 ELS 불완전판매로 전 재산의 절반을 잃게 됐다고 최근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 내용을 보면, 강씨는 지난 2021년 2월 NH농협은행에서 H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8천만원을 투자했다. 노후 자금을 위해 모은 전 재산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달 초 은행 지점으로부터 해당 상품 평가액이 원금의 절반에 불과한 4천만원밖에 남지 않았다고 통보받았다.
이에 강씨는 "은행원에게 정기예금 가입을 문의하니 예금보다 이율이 높고 원금 보장도 되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ELS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이 자산 상태 파악 없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고, 상품에 대해 10여분밖에 설명하지 않았고, 상품설명서 등을 제공하지 않았고, 그동안 H지수에 큰 변동이 있었는데도 연락하지 않았다는 게 강씨 입장이다.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적합성과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행위와 부당 권유 행위 금지, 계약 서류 제공 의무 등을 준수하도록 규정했다.
강씨는 은행 측이 자신에 부적합한 투자를 권유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고, 상품설명서·신청서를 제공하지 않아 설명 의무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게는 정말 목숨과도 같은 노후 자금"이라며 "이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원금만이라도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H지수는 변동성이 큰 편이지만, ELS에 가입하는 일반 투자자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측이 고객에게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어야 한다"며 "그렇게 안 했다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비슷한 ELS 손실 사례가 여러 건 올라왔다.
A씨는 KB국민은행에 노후 자금 1억원을 예치했던 74세 어머니가 은행 측으로부터 H지수 연계 ELS 가입을 권유받고 원금의 40% 이상 손실을 보게 생겼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은행원이 내미는 서류에 어머니가 사인을 다 했지만, 사실 무슨 상품인지 전혀 모르고 그냥 수익이 날 수 있다니까 가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행 직원이 원금 보장은 안 되지만 그럴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한다"며 "이렇게 복잡하고 위험한 상품을 칠순 고령에 제대로 설명도 없이 팔았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B씨 역시 정기예금으로 3년에 한 번씩 이자를 받던 부모님이 은행 권유로 ELS에 가입했다가 수익률이 -50%라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 확인서 자필 기록 부분에 다른 사람이 기입하고 부모님은 사인만 했다"며 "특히 원금 손실에 관한 부분의 기록을 다 판매자가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완전 판매를 하려면 하나 파는 데 40∼50분이 걸린다"며 "현실적으로 완전 판매와 불완전판매의 경계에 있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전체 손실이 4조원에 달한다고 하면 1인당 5억원씩 샀더라도 8천명이나 된다"며 "엄청난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자료=연합)
이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ls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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