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와 도예를 시작으로, 지금... 2인전 '너는 너를, 나는 나를' 전시 리뷰

아티스트 이지혜X신은정 2인전 서로 다른 두 사람의 HISTORY | '너는 너를, 나는 나를' 展 서울 용산 디쿤스트 갤러리 | 2022. 4. 25.- 5. 01.

2022-05-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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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김창만 기자] 2022년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용산 디쿤스트 갤러리에서 열린 '나는 나를, 너는 너를' 전시는 이지혜 작가와 신은정 작가의 2인전으로, 앞을 내다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형식의 전시었다.

아티스트 이지혜는 도예를 전공하고 드로잉을 거쳐 색채와 터치에 집중하는 추상화를 작업하고 있고, 아티스트 신은정은 서예로 시작하여 십여 년간 문인화를 하다 아크릴판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너는 너를, 나는 나를' 이번 전시는 두 아티스트 모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에 그들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기 위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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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이지혜(왼쪽)과 아티스트 유정(신은정) / 사진=레피카


전시는 지하층, 4층, 5층 등 세 개의 독립된 공간에 걸쳐 펼쳐진다. 지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하층에서는 두 작가의 최근작을 만날 수 있었다. 아티스트 이지혜의 'Knock(2022)'는 올 7월에 예정된 '심해' 전(展)에 출품할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 나온 것으로, 정작 '심해' 전에는 출품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한다.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미래를 가늠하는 작가의 현재를 웅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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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이지혜, Knock, 2022, 캔버스에 아크릴, 60.6 X 60.6cm (왼쪽에서 두 번째) / 사진=Courtesy of artist 레피카


아티스트 유정(신은정)은 지하층부터 최근작과 더불어 과거의 문인화 작품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중요하게 다루며 모아둔 작업들을 전시장 바닥에 늘어놓았다.

접히고 말린 채 바닥에 놓인 작품들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습작들이며, 이는 전통방식이 만연한 그늘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취해보겠다는 작가의 의지로 읽힌다.

그 과거의 작품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신은정의 새로운 문인화 '당신의 이야기(2021)'가 걸려 있다.

전통 문인화 속 바위를 현재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시도가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이와 같은 바위에 대한 해석은 '블록 시리즈(2022)'와 함께 3차원의 현실로도 확장된다.

문인화 속 바위를 문래동 철강거리의 단면으로 대체하는 그러한 시도는 새로운 문인화 탄생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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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당신의 이야기, 2021, 한지에 먹물, 물감, 오일파스텔, 78 X 112cm (맨 위), 신은정, 블록 시리즈, 2022, 한지에 청먹, 오일파스텔, 혼합재료, 가변사이즈 (가운데) / 사진=Courtesy of artist, 레피카


갤러리 4층에는 지하층에서 바닥에 늘어놓았던 10여 년의 ‘세월’이 해체된 채, 천장에서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다.

어떤 성스러운 의식의 제물과도 같이 차곡차곡 쌓여 낚싯줄에 꿰인 “가지런히” 잘린 그림의 파편들은 과거를 보내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작가가 꿈꾸는 “새로운” 문인화의 탄생이 느리지만 탄탄한 토대 위에 결국엔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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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흩뿌림을 주워 매달았다, 2022, 혼합재료, 가변사이즈 / 사진=Courtesy of artist, 레피카


5층에는 2000년대 초중반에 걸친 아티스트 이지혜의 대학 시절 작품과 대학 졸업 후 10여 년의 공백기 이후 다시 붓을 들기 시작한 2019년 이후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공백기 이전의 작품에는 학부 시절 전공이었던 도예 작업 외에 추상화도 보이는데, 손으로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드는 것이 전공이던 시절에 형태에 기대지 않고 색으로 관념을 표현하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이미 추상이라는 형식 내지는 세계관이 작가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손을 잡은 것은 공백기 이후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이다. 공백기 이후 어느 날, 주문을 받은 추상화 작업을 어렵게 끝낸 후에 작가는 비로소 “나의 그림을 그린 기분”이었다고 고백한다.

먼 길을 돌아 추상이라는 길에 선 이지혜 작가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추상이 그랬듯 이미 예전에 발 길이 닿았던 곳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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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마음의 뿔, 2006, 청토에 라쿠소성, 12 x 39 x 21cm / 사진=Courtesy of artist, 레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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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냉정과 열정 사이, 2003, 캔버스에 아크릴, 90.9 X 72.7cm / 사진=Courtesy of artist, 레피카


아티스트 유정(신은정)과 이지혜의 전시 '나는 나를, 너는 너를' 전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그 방점이 찍혀 있는 전시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므로 그것의 실체를 보여줄 수 없을 뿐, 실체로 드러난 과거와 현재의 작품 속에 이미 접힌 채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신은정 작가만의 문인화의 세계가, 이지혜 작가만의 추상화의 세계가, 머지않아 찬란하게 펼쳐질 것을 믿는다.

김창만 글로벌에픽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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