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자산 급등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착시 효과였다.
한국CXO연구소가 14일 공개한 '2026년 2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는 자산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대기업 집단 중 올해 6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는 46명의 총수들이다. 직접 보유한 상장사 지분과 지분율 50% 이상인 비상장사를 통한 우회 보유 지분을 모두 포함했다.
'초승달'의 부가 압도하다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 3개월 동안 46명 총수의 전체 주식평가액은 104조 4301억원에서 133조 6207억원으로 치솟았다. 증가폭은 29조 1906억원, 성장률로 따지면 28%였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속지 말아야 한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을 빼면 나머지 44명의 주식평가액은 같은 기간 5조 9716억원이 감소했다. 감소율은 8.6%다. 전체 조사 대상의 60.9%에 해당하는 28명이 실제로 자산을 잃었다. 자산 증가의 과실이 결국 소수에게 집중된 양상이었다.
이재용, 7개월 만에 28조 자산 증가
이 회장은 증가액 기준으로 압도적이었다. 그의 주식평가액은 3월 말 30조 9414억원에서 6월 말 59조 1878억원으로 뛰었다. 불과 3개월 사이에 28조 2463억원이 늘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이 이 모든 증가를 견인했다.
최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직접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지 않지만,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SK㈜의 주가가 30만 1000원에서 83만 4000원으로 급등하면서 부의 규모가 달라졌다. 3월 말 3조 9101억원에서 6월 말 10조 8259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176.9%였다. 최 회장이 처음으로 '10조 클럽'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소수의 승리, 다수의 패배
이 두 회장을 제외한 중견급 그룹 총수들도 주목할 만한 수익을 기록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34.1% 상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7.6% 상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27.1% 상승을 거둬 20%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지선 회장은 이 기간 동안 '1조 클럽'에 새로 들어왔다.
반면 몸살을 앓는 총수들도 적지 않았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그의 주식평가액은 1조 6403억원이 줄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1조 4058억원을 잃어 2조 5263억원을 기록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도 1조 1869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부의 질서 재편되다
6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원 이상을 보유한 총수는 16명이었다. 3월 말보다 2명이 줄었다. 순위는 이 회장(59조 1878억원), 서정진 회장(11조 8944억원), 최 회장(10조 8259억원), 정지선 회장(7조 7577억원) 순이었다.
공식 조사에서는 제외되었으나 눈에 띄는 인물들도 있었다. 홍라희 리움 전 관장(24조 4193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3조 4923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21조 6393억원)이 각각 20조원을 상회하는 자산을 보유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10조 3220억원으로 10조원대에 진입했다.
하반기, 가격 조정의 신호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향후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총수들이 보유한 주식 종목이 150개 안팎인데, 이 중 약 3분의 2가 3월 말 대비 6월 말 기준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상반기에 기업 실적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자산 증가의 기쁨이 소수에게만 돌아갔던 상반기. 이제 그 조정이 누구에게 얼마나 타격을 줄지 지켜봐야 할 차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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