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그런데 13일 자산운용사 CEO들과의 만남에서는 "운용업계의 자정 노력을 강조"하고 "괴리율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같은 문제를 두고 며칠 사이에 다른 대응을 펼친 것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를 놓고 단순한 ‘입장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책임을 회피하면서 ‘증상 치료’로 방향을 돌리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22일의 후회와 13일의 행동, 규제당국의 모순된 신호
시간 순서를 따라보면 금감원의 혼란이 명확해진다. 지난달 22일, 이 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극단적 표현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이는 "우리 금감원이 명백히 틀렸다"는 뜻이었다. 규제당국 수장의 입에서 나온 이례적인 자인이었다.
그런데 불과 21일 뒤인 13일, 같은 원장이 자산운용사 CEO들을 만났을 때의 기조는 완전히 달랐다. "ETF 허위·과장 광고" 문제를 다루면서 "운용업계의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즉, '문제는 업계의 광고 행위'라는 프레임으로 이슈를 재설정한 것이다. 또한 "괴리율 관리 강화"를 당부하며, '투명성과 모니터링 강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것은 '실정법상 책임'과 '행정적 대응'의 혼동이다. 22일의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발언은 정책 도입 자체의 오류를 인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13일의 자정 노력 강조는 "문제는 정책 아니라 업계의 실행 미흡"이라고 전환한 것이다.
ETF 광고 문제로 '이슈 전환'... 근본 회피의 신호
ETF 허위·과장 광고는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것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 자체가 야기한 시장 왜곡의 핵심은 아니다. 광고가 거짓이어도 상품 설계가 올바르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상품 설계 자체가 "고의적으로 투기를 유도하도록" 만들어졌다면, 광고 규제만으로는 근본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금감원이 13일에 "업계의 자정 노력"을 강조하고 "괴리율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증상 치료'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가 이미 입은 손실이 복구되지 않으며, 시장에 조성된 투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광고 규제'와 '괴리율 관리'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규제당국이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고 업계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규제당국의 대응 패턴을 보면 '책임 회피의 단계적 전략'이 보인다. 첫 번째는 '개인적 반성'이다. 이 원장의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발언이 그것이다. 이는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개인적 인정으로, 듣는 입장에서는 '규제당국도 반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이슈 전환'이다. ETF 광고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정책 도입의 문제'에서 '업계의 광고 문제'로 논의를 옮기는 것이다. 이제 문제의 책임이 애매해진다. 금감원은 "정책은 맞았는데 광고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로 '미봉책으로 해결한다는 주장'이다. '괴리율 관리 강화', '위험 고지 의무 강화' 같은 후속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우리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모든 조치는 상품 설계의 근본적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다.
개인투자자는 위험 노출 … 증권사 수익은 눈덩이
금감원의 '자정 노력 강조'와 '괴리율 관리 강화'가 가져올 현실을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규제당국의 조치 후에도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2배 변동성에 노출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광고가 정직해지고 괴리율이 관리되면 뭐 하는가. 상품 자체의 고위험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는 거래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수수료 수익은 계속된다. 오히려 규제당국이 업계의 '자정 노력'을 강조함으로써 증권사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당국과 함께 개선하는 하는 것이라는 긍정적 프레임까지 만들어진다. 이것이 규제당국의 의도인지, 아니면 무의도적인 결과인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진다.
22일의 후회는 13일의 약속으로 희석
이 원장의 22일 발언이 가졌던 충격은 13일의 만남으로 인해 서서히 희석되고 있다. 처음에는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이제는 "정책은 맞는데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방향으로 재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규제당국의 전형적인 '책임 회피 기법'이다. 공식 석상에서는 후회와 반성으로 여론을 달래고, 실제 조치는 근본적 개혁이 아닌 미봉책으로 진행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고, 증권사는 계속 이익을 챙기며, 규제당국은 "우리도 열심히 조치하고 있다"고 대외에 알리는 격이다.
이 원장의 두 개의 메시지는 규제당국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2일의 극단적 후회는 규제당국의 정책 실패를 인정했지만, 13일의 '자정 강조'는 그 책임을 외면하는 신호다. 규제당국이 마주한 딜레마는 이것이다. 정책을 완전히 폐지할 수도 없고, 투자자 보호를 완전히 강화할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책임을 회피하면서 여론을 달래려 한다는 뜻이다. 22일의 후회는 현실 인정이었지만, 13일의 자정 강조는 '최소한의 조치로 책임을 덮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회복되지 않지만, 규제당국은 이미 '조치'를 했으니 책임은 누군가 다른 주체에 있다는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다.
정책 실패를 자인한 이 원장이 성난 투자자들의 여론을 달래고 시장 변동성을 다시 안정시킬 수 있을지, 금감원의 향후 수습 대책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에픽 이상호 CP / sangho@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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