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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Why] 카카오는 왜 젠슨 황 ‘삼겹살’ 못 먹었나

AI 글로벌 경쟁 속 선택 받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 … 리더십도 문제

2026-06-08 10:27:06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지난 5일 서울 홍대입구의 한 삼겹살집.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자리를 했다. 한국 기업인들과 글로벌 AI 칩 업계 최강자가 만난 자리. 그런데 이 밤 테이블에는 텅 빈 의자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통상 '네카오'로 묶여 온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운명을 가진 것으로 보였던 두 기업이 이날 밤 갈라섰다. 이 의장은 초대받았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인맥의 문제일까. 아니면 경영 일정의 충돌일까. 아니다. 이 빈 의자는 훨씬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 판도가 재편되는 가운데, AI 인프라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회동의 실체: 친목이 아닌 AI 공급망 협력
표면적으로는 삼겹살과 소주를 나누는 친근한 만찬이었지만, 이 자리의 진짜 목적은 다르다. 참석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 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칩으로 AI 반도체 경쟁에 참여하고 있고, 구광모 회장은 LG전자가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GPU 인프라 투자를 이끌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가 추진 중인 파운데이션 모델과 클라우드 전략의 기술 리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모두 AI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GPU,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에서 글로벌 협력을 할 수 있는 기업이거나, 이미 엔비디아와 직접적인 B2B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라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규모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4대 빅테크는 2026년(올해) 7250억 달러(약 1100조 원)를 AI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다. 그들에게 엔비디아는 단순한 칩 공급자가 아니라 AI 공급망의 중심이다. 젠슨 황이 한국을 찾은 것도, 삼겹살집에서 만난 것도, 결국 이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에서 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함이었다.

네이버가 이 자리에 앉은 이유
네이버는 지난 1~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기술 행사 'GTC 타이베이'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냈다. 젠슨 황이 무대에서 직접 언급할 정도였다. 그 배경에는 네이버의 전략적 투자가 있다.

하이퍼클로바X로 대표되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소버린 AI라는 이름 아래 네이버클라우드가 엔비디아와 협력해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나아가 검색에서 시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그것을 서빙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수직 통합하는 구조. 네이버는 AI 경쟁의 밸류체인 안에 완전히 들어가 있었다.

특히 제조업 그룹 총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해진 의장은 유일한 기술 플랫폼 분야 기업인이었다. 삼성과 LG 같은 전통 제조업체는 AI 시대에 칩과 인프라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중이다. 네이버는 그 기회 속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 실제로 참여하는 기업으로 자신의 자리를 확보했다.
카카오의 빈자리: 플랫폼 강력함의 역설
반면 카카오는 이 테이블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젠슨 황의 입에도 오르지 못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초 카카오톡을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톡 안에 AI 비서를 심어서 커머스, 광고, 금융 등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충분히 합리적이고 현명한 전략이다.

하지만 여기에 카카오의 구조적 한계가 숨어 있다. 그것은 플랫폼의 강력함이 동시에 약점이 된다는 모순이다.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지만, 그 '울타리 안에서만' 사업이 이뤄진다. AI 에이전트 전략도 결국 카카오톡이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의 활용에 머물러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프라다. 카카오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서 네이버만큼 투자하지 않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제한적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카카오톡 기반 AI 에이전트가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글로벌 AI 인프라 공급망의 관점에서 보면, 엔비디아가 현재 우선시하는 파트너 테이블에는 아직 앉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략의 갈림길: 글로벌과 내수의 차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차이는 전략 선택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네이버는 소버린 AI와 클라우드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려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이미 실험을 시작했다. AI를 글로벌 경쟁의 무대에서 치르려는 선택이다.

카카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카카오톡이라는 초강력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사용자를 더욱 깊게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AI 에이전트도 그 맥락 속에 있다.

결과적으로 포지셔닝이 명확하게 달라졌다. 네이버는 'AI 인프라 플레이어'로, 카카오는 'AI 활용 서비스 기업'으로 자신의 자리를 정했다.

글로벌 AI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기업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엔비디아가 찾는 것은 GPU와 클라우드, AI 모델을 함께 구축할 수 있는 파트너다. 네이버는 그 자리에 앉아 있고, 카카오는 그렇지 않다.

투자 사이클에서 밀린 카카오
카카오의 뒤처짐은 전략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투자 타이밍도 작용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글로벌 빅테크들은 AI 인프라에 초대형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 기간은 'AI 우위를 결정하는 골든 타임'이다. 네이버는 이 시기에 파운데이션 모델과 클라우드 투자를 비교적 빨리 진행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에 다른 과제들에 집중했다. 내부 조직 개편, 규제 당국과의 소통, 리스크 대응. 이것들이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과제였지만, AI 인프라 투자라는 관점에서는 후행했다. 지금 카카오의 AI 투자는 '선도'가 아니라 '적응'에 가깝다.

이 타이밍의 차이는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AI 인프라는 한 번 우위를 점한 기업이 계속 앞서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역할: 이해진과 김범수
홍대 삼겹살집에서 의자를 함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거기에는 리더십의 역할도 숨어 있다.

이해진 의장은 기술 중심의 창업자다. 네이버의 AI와 검색, 데이터 전략에 직접 관여해 왔고,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젠슨 황 같은 글로벌 기술 리더와의 만남도 자연스럽다.

김범수 창업자는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카카오의 AI 방향성은 정신아 대표 같은 전문 경영진이 주도하고 있다. 이것이 내부적으로는 합리적인 분업일 수 있지만, 글로벌 테크 리더십 네트워크에서는 '노출도'의 차이를 만든다. 젠슨 황이 누구와 만나느냐를 결정할 때, 현업 경영진보다는 창업자이자 비전 제시자와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의 해석: 저평가의 상징
홍대 삼겹살집의 빈 의자는 투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카카오는 실적이 나쁜 기업이 아니다. 1분기도 영업이익이 충분했고, 플랫폼으로서의 강점은 여전하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자들은 카카오를 어떻게 보는가. '내수 플랫폼 기업'이면서 '글로벌 확장성이 제한적인' 회사로 본다. 반면 네이버는 '글로벌 AI 인프라 옵션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된다. 같은 'IT 플랫폼 기업'이지만, AI 시대의 포지셔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 평가의 차이는 실적만으로는 좁혀지지 않는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스토리'를 가져야 하고, 그 스토리가 신뢰할 만한 투자와 결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카카오는 지금 그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남겨진 과제: 카카오가 풀어야 할 숙제
홍대 삼겹살집의 빈 의자는 단순한 초청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주는 질문이다.

카카오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몇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첫째, AI 인프라 투자를 지금보다 과감하게 확대할 것인지. 둘째,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세울 것인지. 셋째, 카카오톡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방법을 찾을 것인지.

2022년 김범수 창업자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그 비중은 여전히 20.6%에 그쳤다. 카카오톡은 강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충분하지 않다.

젠슨 황이 다시 한국을 방문할 그날, 카카오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을지. 그것은 지금 카카오가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홍대 삼겹살집의 빈 의자가 던진 숙제는 가볍지 않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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