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 와서? '성과급 15% 감소' 루머의 충격
문제는 실적과 현실의 괴리였다. TSMC는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 5725억 대만달러(약 18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단 2년 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매출총이익률도 66%까지 상승했으니 회사의 실적 호황은 객관적 사실이었다.
그런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돌았다. "역대급 실적에도 성과급이 최대 15% 감소할 수 있다"는 루머였다. 이 말이 퍼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직원 불만이 급속도로 커졌다. 일각에서는 노조 결성이나 파업의 필요성까지 언급되기 시작했다. TSMC의 경영진이 이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던 이유다.
삼성전자 보너스 협상, 반도체 업계 '신호탄'
TSMC의 긴급 결정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었다. 바로 삼성전자의 움직임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가 파업 가능성을 압박한 끝에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에게 약 34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보너스 지급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삼성전자의 선례는 반도체 업계 전반에 파급력이 컸다. TSMC 역시 "우리도 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닐 텐데"라는 직원들의 심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 '성과급 경쟁'이 시작되고 있는 신호였다.
이미지 확대보기CEO '항복' 선언 … 출장 취소하고 직접 나선 경영진
웨이저자 CEO의 반응은 신속했다. 당초 예정된 해외 출장까지 취소하고 직접 사내 타운홀 미팅을 주최한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내부 불만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였다. 그는 미팅에서 "직원 고과평가가 지난해와 같다면 올해 성과급도 대폭 인상할 것"이라며 "증가 폭은 지난해 30%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최고의 인재 확보'가 차세대 기술 확보의 핵심이기 때문에 직원 이탈은 경영진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었던 것이다.
숫자로 보는 TSMC의 '보상 결단'
TSMC의 직원 배분금 규모는 실적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직원 이익배분 프로그램에 배정한 재원은 약 1030억 대만달러로, 이는 지난해보다 46.6% 증가한 규모다. 회사 정관에 따르면 TSMC는 연간 순이익의 최소 1%를 직원 인센티브 재원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에서 직원들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
대만 경제 전반을 흔드는 AI 붐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AI 반도체 호황은 TSMC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대만 경제 전반을 움직이고 있다. AI 호황으로 대만에서는 새로운 백만장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경제 성장률도 39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의 폭증은 다른 우려도 낳고 있다. 특정 기업과 산업에 이익이 집중되면서 소수 계층의 부가 급증하는 반면, 소득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TSMC의 직원 성과급 인상은 최소한 내부의 불공정을 완화하는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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