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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현정은은 현대엘리 지분 되찾고, 정지이(장녀)는 확대하고

2026-05-28 14:48:49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제공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파트너스로부터 되사왔다. 현대그룹 지주사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지난 18일 H&Q가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잔여분 1600억원을 모두 인수한 것이다. 2023년 11월 H&Q의 첫 투자 이후 약 30개월 만에 완전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이뤘다.

H&Q는 이번 거래를 통해 약 20%의 내부수익률(IRR)과 1.5배의 투자원금대비수익률(MOIC)을 기록했다. 단순한 재무적 수익을 넘어 현대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 쉰들러의 도전, 20년 법정 분쟁의 배경
H&Q가 현대그룹에 손을 거든 배경에는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위기가 있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였던 스위스 쉰들러그룹이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하며 현 회장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확정시킨 것이다. 20년에 걸친 법정 분쟁 속에서 회장의 경영권 상실 위협이 가중되자, H&Q는 재무적투자자(FI)로서 경영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를 제시했다.

H&Q의 투자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가능하게 했다. 대주주와 이사회의 분리를 통해 장기간 지속된 경영권 관련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시켰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정교한 투자 구조와 단계별 회수 전략
H&Q는 2023년 11월 약 3100억원을 현대홀딩스컴퍼니와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했다. 투자 구조는 현대홀딩스 발행 CB 1330억원, 교환사채(EB) 800억원, 최대주주가 보유한 우선주 약 97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현대그룹 내 자본구조를 다층화하면서도 영향력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

회수 과정은 정교했다. H&Q는 지난해 9월 자본구조 재편을 통해 기존 1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2500억원으로 증액했고, 약 1500억원을 펀드에 조기 분배받아 투자원금 상당 부분을 선회수했다. 이후 현대홀딩스는 올해 4월과 5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콜옵션을 행사하며 최종 마무리했다.

가장 수익성 높은 부분은 EB 전환 및 매각 과정이었다. 보유하던 EB 전량을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로 교환한 뒤 블록딜 방식으로 약 1500억~1600억원에 팔아넘겼는데, 이 구간에서만 약 40%의 IRR과 2배의 MOIC를 기록했다.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현대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현대그룹 제공

무벡스에서 엘리베이터로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의 움직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전무는 올해 2월 보유 중이던 현대무벡스 주식 357만여 주(약 80%)를 약 1072억원 규모로 장내매도했다. 공시상 매도 사유는 ‘현금 유동성 확보’였다.

확보한 현금을 들고 정 전무는 곧바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수에 나섰다. 3월 23~26일 첫 매수에서 약 248억원을 사들여 지분을 0.4%에서 1.09%로 끌어올렸고, 4월에는 지분을 2.24%까지 확대했다. 5월 19~22일 추가 매수를 통해 지분을 3.01%까지 늘렸다.
정 전무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2014년 하반기였다. 약 10년 침묵 후 올해 들어 본격적인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현대그룹 차기 경영 세대교체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고배당 현금확보→지분 매입 선순환
현대엘리베이터는 2025년 결산 기준 보통주 1주당 1만4010원의 고배당을 실시했다. 정 전무가 현재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연간 약 165억원 수준의 배당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추가 지분 매수를 위한 재원 확보에 매우 유리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고배당으로 확보한 현금을 다시 주식 매수에 돌리면서 정 전무의 지분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 것이다.

흐려진 경영권, 이제 명확해지다
22일 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는 현대홀딩스컴퍼니(20.13%)이며, 정 전무가 개인 명의로 3.01%, 임당장학문화재단이 1.4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홀딩스컴퍼니의 주식은 현 회장(74.98%)과 정 전무(8.95%)가 보유한 구조로, 그룹 내 지배구조가 명확히 정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 전무는 현재 전무 직급 11년째로 어머니인 현 회장을 수행하며 경영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 회장이 스위스 쉰들러와의 20년 법정 분쟁, H&Q 투자 유치와 상환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지배구조를 안정시킨 만큼, 이제는 차기 경영진으로의 자연스러운 이음을 준비하는 단계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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