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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 반도체 성과급 폭탄 계열사까지 터졌다

노조 ‘도미노 요구’ … 노사 갈등 새 뇌관 부상

2026-05-26 14: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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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합의를 이루면서 촉발한 파장이 결국 그룹 전체로 확산했다. 계열사 노조들이 '우리는 왜 안 되는가'라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SDI까지 나서며 삼성 그룹 노사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성과주의 원칙이 무너지다
삼성전자가 수조 원대 적자를 낸 사업부에도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전통적인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다른 계열사 노조들에게는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됐다. "맏형이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가"라는 논리가 먹혀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는 기존의 성과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것으로 평가된다. 적자 부문까지 성과급의 대상이 되면서 성과와 보상의 연계가 약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선례가 다른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계열사 노조, 실력 행사가 시작됐다
삼성전기 노조의 움직임이 가장 빠르고 구체적이다. 신훈식 삼성전기 존중노조 위원장은 최근 매체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기준은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 또는 영업이익의 10%이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최소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배경에는 삼성전기의 실적 개선이 있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1조500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조의 임금·성과급 인상 요구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3년에는 연봉의 1%에 불과했던 OPI 지급률이 2024년과 지난해에는 5∼6%대에 머물렀는데, 실적 호전이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기 노조는 파업을 지향하지는 않지만, 회사가 제안을 거부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쳐 추후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조용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명확한 최후통첩이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까지 동조
삼성전기의 요구가 계열사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현재의 성과급 제도를 대체하는 '최고실적 동기부여 프로그램' 도입을 회사와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기존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설계를 의미한다.

특히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SDI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OPI 지급률이 0%에 그쳤던 삼성SDI 노조에서도 "삼성전자가 적자 사업부에 성과급을 준다면, 우리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기업까지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삼성전자 스스로가 제공해버린 셈이다.

한반도 넘어 대만까지 번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촉발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은 국경을 넘어 대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 TSMC에서 '성과급 15% 삭감설'이 돌자, 일부 직원들이 삼성전자 노조를 벤치마킹해 파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TSMC는 이에 대해 "올해 회사 성장에 맞춰 직원 성과급의 연간 성장률이 지난해를 확실히 상회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는 삼성전자의 선례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임금·보상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법정으로 번진 DX 반발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의 또 다른 후유증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번 협상에서 배제된 모바일·가전(DX) 부문 직원들의 반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DX 중심의 동행노동조합은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동행노조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DX 부문 조합원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2일부터 진행 중인 투표는 26일 오전 10시 기준 90.45%의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법적 분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불안정한 합의, 새로운 갈등의 신호
이번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는 일견 노사 합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삼성 그룹 전체에 새로운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적자 사업부도 성과급을 받는다는 선례가 정해지면서, 성과주의 원칙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계열사 노조들의 실력 행사는 이제 시작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성과주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노조들의 요구도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 그룹이 얼마나 균형 잡힌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향후 그룹 노사 안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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