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밀가루 공급가격과 공급물량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총 6710억 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이다. 함께 위반행위 금지와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도 내렸다.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가 차지하는 국내 밀가루 기업간거래(B2B) 시장 점유율이 62% 수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제분사들의 가격 결정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7개사를 합친 점유율은 87.7%에 이른다.
2006년 제재 후 또다시... 적발의 악순환
이번 담합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반복성이다. 2006년 공정위는 동일한 기업들의 밀가루 담합 혐의로 총 435억 4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대표자급 임원 6명을 고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후에도 유사한 행위가 적발되면서 업계의 구조적 관행이 개선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의 경중함을 고려할 때 담합이 지난 제재 이후 조직적으로 반복되고 장기간 진행된 점, 그리고 지난 1월 관련 임직원 14명과 함께 7개 제분사를 고발한 점을 명시했다.
경합 시작부터 시장 점유율 재편까지
담합의 발단은 2018년 말 대한제분의 농심 공급 물량 대거 확보에서 비롯됐다. 이로써 제분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자, 상위 업체들은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구체적인 담합 방식은 조직적이었다. 대표자급·실무자급 회합을 총 55차례 개최하면서 가격 인상 폭, 인상 시기, 공급 순위 등을 논의했다. 초기에는 농심·팔도 같은 대형 거래처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리점과 중소형 거래처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총 담합 횟수는 24차례에 달했다.
국제 원맥 가격 급등과 환율을 악용
제분사들은 글로벌 시장 환경까지 담합에 활용했다. 국내 밀가루의 주요 원재료인 원맥은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 원맥 시세와 환율이 최종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제분사들은 이 점을 악용했다.
실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국제 원맥 가격이 급등하자, 제분사들은 밀가루 전 제품을 포대당 3000~4000원씩 인상하기로 담합했다. 담합 기간인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 초기인 2019년 12월 대비 업체별로 최대 74%까지 상승했다.
정부 보조금까지 받고도 계속된 담합
정부의 물가 안정 지원까지 악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2022년 하반기 이후 물가 안정을 목표로 제분사들에 총 471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업체들은 담합을 중단하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보조금 지급 전 가격 인상 시점을 맞추는 방안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동아원 내부 회의 자료에는 "공정위 문제 돼"라는 표현과 함께 "시기하고 폭하고 다 조정해야 돼"라는 발언이 남겨져 있었다. 제분사들이 적발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담합을 이어갔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가격재결정 명령으로 시장 재편 추진
공정위는 향후 법 위반 행위 금지와 함께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제분사들은 담합 이전의 경쟁 수준에 맞춰 밀가루 가격을 다시 산정한 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향후 3년간은 가격 변경 내역을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감시 체계도 도입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로부터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가격재결정명령으로 가계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식료품의 가격 담합에 대해선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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