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전략의 승리, 창사 이래 최고 실적 기록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2조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6103억 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1%, 영업이익은 405.5%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처음 달성한 최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 72%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이 65.0%,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의 영업이익률이 58.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가늠할 수 있다.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공급 부족이 가격을 받친다
이 같은 실적 뒤에는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선제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라는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AI 시대를 맞아 HBM의 중요성을 빠르게 포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출시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되는 6세대 HBM4의 70%를 공급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올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우현은 실적발표회에서 가격 우위의 배경을 명확히 설명했다. "PC와 모바일 시장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AI 서버용 메모리 같은 고성능 제품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메모리 공급은 그간 투자 둔화와 가용 생산공간 부족으로 단기간 내 의미 있는 확대가 어렵다"고 했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불균형이 SK하이닉스에게 유리한 가격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충청 신공장 가동, HBM 공급량 대폭 확충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이 달부터 충북 청주에 마련한 새로운 생산 거점 'M15X'의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회사는 "향후 3년간 고객사가 요구하는 HBM 수요는 이미 당사의 공급 능력을 훨씬 넘는 수준"이라며 "현재 제한된 여력 내 최대한 HBM 공급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이 심각할 정도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신호다. M15X 가동은 이러한 공급 제약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막대한 성과급, 주주 환원과의 균형이 과제
올해 2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지난해 노사 협의에 따라 올해도 영업이익의 10%에 해당하는 약 21조 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성과를 공유한다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주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비판을 인식하고 있다. 회사는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추가적인 주주 환원 수단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연내에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그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는 SK하이닉스의 향후 경영 전략과 주주 관계에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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