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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영” vs “부당지원” … HDC-공정위 아이파크몰 ‘충돌’

“임대차로 위장 360억 지원” … “정상적 거래, 소송하겠다”

2026-04-08 13: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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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용산 민자역사 복합쇼핑몰 아이파크몰을 둘러싼 HDC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공정위는 HDC가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계열사에 360억원대의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제공했다며 과징금 171억3,3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반면 HDC는 공실 위기에 처한 상가 수분양자들의 생존을 위한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같은 거래를 두고 일방은 '탈법행위', 다른 한쪽은 '책임 있는 기업 행동'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경영난에 빠진 아이파크몰의 위기
용산역 민자역사는 1974년 문을 연 후 2004년 복합쇼핑몰 개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곳에서 사업을 추진한 것이 HDC 계열사인 아이파크몰이다. 하지만 개점은 신호탄이 아니었다. 초기 집단상가 중심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과 상권 형성 부재로 입점률은 바닥을 헤맸다.

2005년 9월 당시 아이파크몰의 입점률은 68%에 그쳤다. 이 해 영업손실은 61억원, 당기순손실은 215억원에 달했다. 미수금과 미지급 공사대금이 1,366억원에 쌓여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심지어 외부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당시 누적 손실액은 1,076억원에 이르렀다.

회사 생존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아이파크몰이 선택한 전략은 '구조 전환'이었다. 집단상가 중심의 임대 방식을 포기하고 직영매장 중심의 복합쇼핑몰로 재편하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사업 구조 전환에는 약 360억원이 필요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도 아이파크몰을 구제할 여력이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HDC의 '구원 거래', 그리고 해석의 분기점
2006년 3월, 그룹 핵심 계열사인 HDC가 나섰다. HDC는 아이파크몰의 일부 매장을 보증금 360억원에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동시에 그 매장들의 운영과 관리 권한을 아이파크몰에 위임하고, 사용 수익을 배분받는 별도의 운영관리위임계약도 체결했다.

HDC의 설명은 이렇다. 아이파크몰을 포함한 상가 수분양자들이 공실로 인한 침체와 관리비 부담에 시달리자, 이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HDC 스스로도 공실 해결과 상권 활성화를 위한 책임감 있는 행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를 통해 3,000여 명의 상가 수분양자들이 임관리비 채무에서 벗어나고 보증금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른 렌즈로 이 거래를 들여다봤다. 공정위가 본 것은 '임대차 거래의 탈을 쓴 우회적 자금 대여'였다.
서울 용산역 민자역사에서 복합쇼핑몰로 운영 중인 아이파크몰. 아이파크몰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용산역 민자역사에서 복합쇼핑몰로 운영 중인 아이파크몰. 아이파크몰 제공

공정위의 적나라한 계산
공정위의 판단은 단순했다. 거래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HDC가 임대보증금 명목의 자금을 대여하고 사용 수익 명목의 이자를 받은 것과 같다는 입장이다.

근거는 숫자였다. 아이파크몰이 2006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HDC에 지급한 사용 수익은 연평균 1억500만원이었다. 이를 금리로 환산하면 연 0.3%에 불과했다. 통상적인 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무이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HDC 스스로도 이 사용 수익을 두고 "유명무실하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형식만 남겨놓은 채 실질은 지워버린 거래였던 셈이다.

그 결과는 극적이었다. 17년간 아이파크몰은 458억원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HDC의 지원이 없었다면 도산했을 회사가, 이를 통해 2011년 처음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흑자로 전환되었다. 2022년에는 서울 고척점까지 개장하는 성장을 이루어냈다.

과세당국과 법원도 같은 판단
공정위의 해석을 뒷받침한 것은 국세청이었다. 2018년 국세청은 HDC와 아이파크몰의 거래 실질이 우회적인 자금 대여라고 결론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HDC에 43억원의 과세 처분을 내렸다.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도 국세청의 입장을 인정했다. 결국 HDC는 2020년 임대차계약을 자금대여 약정으로 형식을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상임위원 이순미는 제재 심의 후 "장기간 임대차로 위장된 자금 대여의 실질을 밝혀 탈법행위를 차단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였다"며 이번 결정의 의의를 평가했다.

HDC의 반박: '상생'이 죄인가
HDC는 공정위의 판단에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부당지원'이라는 결론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HDC의 주장은 거래의 '목적'과 '배경'에 방점을 찍었다. 임대차 거래로 위장한 것이 아니라 상가 수분양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업시행자인 코레일과의 사업추진협약상 상업시설 운영에 대한 책임도 부담하고 있었으므로, 공실 문제 해결은 HDC의 의무였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더욱이 HDC는 "경제적 이득이 아닌 상생과 상권 활성화를 통한 소상공인 보호,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3,000여 명의 상가 수분양자들이 공실에 따른 채무를 벗어나고 보증금을 보전받은 실적도 제시했다.

공정거래질서 저해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민자역사는 원래 "진출입이 자유로운 경쟁시장이 아니"라며, 타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 거래질서를 해쳤다는 공정위의 주장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원 판단 앞두고 벌어지는 '해석 충돌'
이 사건은 같은 거래를 보는 두 관점의 근본적인 충돌을 드러낸다. 공정위는 거래의 '형식'을 뚫고 '실질'을 본다. HDC는 거래의 '필연성'과 '목적'을 강조한다.

법적으로 핵심은 명확하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의 요건을 충족하는가 하는 점이다. 형식이 아닌 실질로 판단하면 이는 명백한 자금 대여였다. 하지만 그 자금 대여의 '정당성'—즉, 위기에 처한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이 기업집단 내 상식적인 행동인지, 아니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지원인지—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있다.

HDC는 다음 단계인 법적 절차를 통해 본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이고 정당한 행위"였음을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공정위의 판단을 유지할지가 앞으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 지원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그룹사의 '상생' 노력이 공정거래법의 '부당지원' 금지 원칙과 충돌할 때, 법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 그 답은 단순히 HDC와 아이파크몰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작동 원리를 형성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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