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현행 민법 제840조 제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1. 실무상 ‘심히 부당한 대우’란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 학대, 모욕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신체적 상해와 같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폭언과 무시 등 정서적 학대, 경제권을 통제하여 고립시키는 경제적 폭력 등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양정은 변호사(법무법인 중앙이평/이혼 전문)는 “가정폭력 이혼 소송의 본질은 단순한 혼인 관계의 해소가 아니라, 범죄 피해로부터의 탈출과 인권 회복에 있다”며, “단발성 폭행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가 심각하거나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민법상 이혼 사유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이혼을 결심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가해자의 보복 위협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률은 다각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에 따른 ‘피해자보호명령’ 제도가 있다. 이는 수사기관이나 이혼 소송 제기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가 직접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주거지 퇴거 격리,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가정폭력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지는 등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이미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가사소송법 제62조에 따른 ‘사전처분’을 활용할 수 있다. 법원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접근금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사전처분의 경우 위반 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에 그쳐, 형사 처벌이 가능한 피해자보호명령보다는 강제력이 다소 약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양정은 변호사는 “실무상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제도를 선택하는 것인데 당장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거나 형사 고소와 별개로 신속한 보호가 필요하다면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하는 것이 효과적인 반면, 이혼 소송과 병행하여 양육권 임시 지정이나 부양료 지급까지 포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가사소송법’상 사전처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두 제도의 법적 근거와 효력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 청구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폭력 사실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관건이다. 112 신고 내역, 사건사고 사실확인원, 상해 부위 사진, 병원 진단서(상해 원인 기재 필수), 녹음 파일, 문자 메시지, 주변인의 진술서 등이 유효한 증거가 된다.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직권으로 결정한다. 특히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폭행하는 행위는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간주되어 위자료 산정뿐만 아니라 친권 및 양육권 지정에 있어 가해자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양정은 변호사는 “가정폭력 사건에서 ‘증거 없는 진술’은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에, 초기 단계부터 경찰 신고 기록과 의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추후 소송에서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법의 보호 아래 안전을 확보한 후 냉철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 폭력의 굴레를 끊어야 하겠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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