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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美 진출, 경영권 분쟁 새 변수 부상

美 3자배정 유상증자로 지분 10% 확보 … 영풍 “백기사다” 반발

2025-12-15 11:01:31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 25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5.10.19이미지 확대보기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 25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고려아연 제공) 2025.10.19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투자를 받아 미국 남동부 지역에 10조원대 규모의 전략광물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과 미국 정부가 손을 맞잡는 국가 간 자원 협력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투자 관련 안건을 논의했으며, 미국 국방부, 상무부, 방산 기업 등이 최소 1조~2조원대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과 미국 측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총 투자액 10조원 규모의 제련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제련소 운영은 고려아연이 설계부터 운영까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할 점은 투자 방식이다. 미국 측이 고려아연의 본사 신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하면서, 고려아연의 지분 10%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반적인 프로젝트 법인 직접 투자와는 다른 구조다.
유상증자 시행 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39.70%에서 35.73%로, 최윤범 회장 측은 19.11%에서 17.20%로 각각 지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10%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부상하면, 현재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의 판도에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배구조 변화는 경영권 분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경영권 분쟁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 간의 갈등으로 진행 중이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이 전개되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주주총회에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의 위법성을 따지고 있으며, 현재 1·2심은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준 상태다. 미국이 주요 주주로 진입하면서 한국의 경영권 분쟁이 미국과의 국가 간 안보 협력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주주 영풍 39.70%에서 35.73%로 축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15일 성명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확보 구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아닌 고려아연 본사의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며, 의결권을 확보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대주주 측 이사들이 사전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절차적 훼손"이라며 이사회 기능의 무력화를 지적했다.

영풍·MBK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대체할 경우 국내산 광물의 수출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울산 온산제련소와 맞먹는 규모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할 경우 수십 년간 축적된 고려아연의 독보적인 제련 기술이 합작이라는 명목 하에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국익 침해 행위"라며 전략광물 자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제 정세의 급변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지난 10월 중국이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대응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UAE, 호주 등 8개국과 '팍스 실리카' 반도체·AI 공급망 협력 동맹을 구성했으며, 고려아연과의 협력은 이 틀 내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으로, 중국 의존도 탈피의 핵심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부터 안티모니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울산 온산제련소에 게르마늄 공장 신설과 갈륨 회수 공정 신설(2027년 12월 완공 예정)에도 투자 중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이미지 확대보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 ... 기술 유출 위험 제기
고려아연의 미국 진출은 순수한 기업 경영 문제를 넘어 국가 간 안보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민간 기업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현재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 기업 소유권 문제에서 한미 간의 국제 협력 사안으로 격상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기주주총회가 분수령

현재 상황은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이 펼쳐지는 단계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결정될 3월 주주총회에 앞서 미국의 투자 결정이 공식화되었다는 점은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한 위치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영풍·MBK 측은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적 실체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등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전략광물의 국가적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문제와 미국과의 협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향후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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