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건설 업계 자료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지난 8일 대방산업개발동탄에 286억원을 운영자금으로 대여했다. 올해 들어 여섯 번째 자금 공급으로, 대방산업개발동탄의 총잔액은 151억원에서 단 1년도 안 돼 1085억원으로 급증했다. 대방산업개발동탄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대규모 주거시설 '동탄역 디에트르'를 개발하는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지난 2017년 설립됐다.
가족계열사 '대방산업개발'에 집중된 자금 수혈
더욱 주목할 점은 대방건설이 보낸 자금의 대부분이 구교운 회장의 딸 구수진 씨(50.01%)와 며느리 김보희 씨(49.99%)가 지분 100%를 소유한 대방산업개발로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대방건설이 계열사에 대여한 4364억원 중 대방산업개발이 차지한 규모는 73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월부터 매달 수백억원대의 유동성을 조달받은 대방산업개발은 올해 들어 총 12회에 걸쳐 2914억원을 차입했으며, 이는 대방산업개발의 지난해 연결 기준 총자본 1909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대방산업개발의 지분 약 95%를 소유한 대방산업개발동탄을 포함하면 계열사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공공택지 '벌떼입찰' 의혹 속 자금 지원 계속
대방건설의 이 같은 자금 지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제재와 검찰의 기소 와중에 이루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방건설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시세 차익이 큰 공공택지 6개를 대방산업개발과 그 자회사에 전매한 '부당지원' 행위로 과징금 205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대방건설과 자회사들이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벌떼입찰' 의혹과도 관련이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직원 1명부터 7명 규모의 형식적인 계열사들을 만들어 추첨제 입찰 확률을 높였고,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가족계열사인 대방산업개발에 높은 가격으로 전매하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편취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5월 검찰은 이러한 혐의를 바탕으로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구 회장이 계열사 간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취하고 정상적인 경쟁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아들인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도 함께 기소되어 전형적인 '일가족 중심 경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후 4개월 뒤인 현재에도 대방건설의 계열사 자금 대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중순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디비 계열 3개사(디비하우징, 디비토건, 디비종합개발)에 각 30억원씩 총 9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제공했다. 이는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계열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법적 분쟁 상황에서도 구교운 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대방건설의 계열사 자금 지원 규모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대여 규모가 4364억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대방건설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1천105억원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1년 동안 대여한 4천917억원과 거의 비슷한 규모를 단 4개월 만에 대여한 것으로, 자금 지원 속도가 급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9차례에 걸쳐 약 1557억원을 계열사에 대여한 대방건설은 특히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대방이노베이션, 디비건설, 디비종합개발 등 여러 계열사가 반복적으로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대방건설이 '그룹 내 자금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의 갈림길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대방건설의 재무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2193억원, 단기대여금은 약 7897억원에 달하며, 유동비율은 202.3%로 단기 채무 대응 능력이 충분한 수준이다. 부채비율 80.77%, 차입금 의존도 22.04%로 업계 평균 대비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의 장기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방건설의 우발채무 규모가 1조5155억원으로 전년도 6551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 금액의 급증은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음을 시사한다.
투명성 논란 속 대방건설의 입장
대방건설 측은 기업 경영에서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내부 금융거래라고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 자금 지원은 대방건설의 유동성 여력과 재무 건전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 금리와 조달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그룹 내부 조달이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어 사업 추진에 신속성과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방건설은 "연결재무제표 상으로는 현금성자산이 감소했으나 주요계열사인 대방건설의 현금성자산은 전기 대비 증가했다"며 "다년간 쌓아온 이익잉여금이 있어 현재 이뤄지는 규모의 자금대여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자금 대여는 계열사에 필요한 수준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제한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대방건설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PF 리스크가 부각되는 현 상황에서 모기업이 비수익 계열사까지 자금 운용을 병행할 경우 유동성 순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금을 빌리는 계열사 대부분이 영세하거나 부실 상태인 만큼 자금 회수 불가능 시 모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둔화되고 PF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모회사가 비수익 계열사까지 자금 운용을 병행해야 할 경우 유동성 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방건설이 자체 현장 운영과 신규 사업 투자에 투입할 자금과의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구조가 요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방건설이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1조61억원 중 87%인 8813억원이 계열사(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법정 싸움과 그룹 경영의 미래
현재 대방건설과 구교운 회장은 공정거래 위반 혐의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의 기소에 따른 재판 진행 과정에서 대방건설의 지배구조와 계열사 간 거래의 적절성이 본격적으로 검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한 대방건설의 행정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향후 대방건설이 사법리스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내부통제 강화를 어떻게 추진할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공공사업 수주나 금융시장 접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방건설이 투명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 경쟁력 유지의 필수 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방건설은 올해 수도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약 9000 가구의 대규모 분양을 예정하고 있으며, 공공공사 수주를 통한 사업 다각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법정 분쟁과 계열사 자금 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회사의 시가총액과 신용도 관리에는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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