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유일한 현직 후보였던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의 탈락으로 3명의 후보 모두 KT를 떠난 상태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다만 박윤영 전 사장은 30년 이상 KT에 재직한 경력을 기반으로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KT는 올해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로 인한 신뢰 회복은 물론 인공지능(AI)·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기업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주도할 신임 대표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30년 경력 KT 정통맨, 박윤영 전 사장
박윤영 전 사장은 1992년 한국통신 입사 이후 30년 넘게 KT에서 근무한 진정한 'KT맨'이다. 미래사업개발, 글로벌사업, 기업부문 등 다양한 조직을 거쳐 2020년 기업부문장에 올랐으며, 이후 2023년 사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이는 3회째 최종 후보군 진입으로,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어온 인물이다.
박 전 사장의 가장 큰 강점은 KT 내부 사정에 밝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안정과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기업간 거래(B2B) 및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능통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력의 대부분이 B2B 및 글로벌 사업 중심이라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B2C)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존재하며, 이는 통신사로서 필수적인 소비자 시장 경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 정책과 비즈니스 가교 역할 기대, 주형철 전 대표
주형철 전 대표는 유일한 외부 인사(비(非)KT 출신)로서 최대한의 관심을 받고 있다. IBM에서 시스템엔지니어로 출발해 SK그룹 계열의 ICT 기업들에서 경영 경험을 쌓았으며, SK커뮤니케이션즈의 대표로 4년간 재임했다. 이후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경기연구원장 등 공공기관의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 경험이 강점인 만큼 정치적 '낙하산 인사' 논란이 따라다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SK커뮤니케이션즈 재직 시절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보안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고객정보보호 태스크포스(TF) 장을 맡아 사태 수습을 주도했던 경험이 현재의 KT 해킹 사태 정리에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삼성과 SK에서 기술 리더십 입증한, 홍원표 전 대표
홍 전 대표는 KT와의 인연도 깊다. KT의 전신인 KTF에서 전략기획조정실장을 맡아 통신 전략을 다졌으며, 마케팅과 휴대인터넷사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가장 최근에는 SK쉴더스의 대표로 보안 사업 전반을 총괄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 KT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보안 강화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약점도 명확하다. 통신 업계를 떠난 지 20년 이상이 경과했으며, 잦은 이직을 거친 경력은 한 조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기술 혁신에는 강점이 있지만 대규모 조직 경영 경험의 풍부함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최종 결정까지 남은 일정과 과제
KT 이사회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6일 3명의 최종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면접을 통해 최종 1명의 후보가 확정되며, 확정된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면접에서는 해킹 신뢰 회복,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 조직 안정화 등이 핵심 평가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T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KT 노동조합(제1노조)은 지난 11월 12일 성명서를 통해 "차기 CEO는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고 통신의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겸비해야 하며, 구성원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낙하산 인사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으며, 정치권과 외부 세력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KT새노조도 12월 3일 긴급 성명을 발표해 "보도된 명단에는 최근 해킹 사태 책임자와 특정 정파와 연관된 인사가 포함돼 있다"며 "이사회는 후보 선정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고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올해 최악의 보안 참사를 겪은 KT 구성원들의 신뢰 회복에 대한 열망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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