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현금흐름 24.5% 증가... 투자 활성화도 동반
237개 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64조48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2조1035억원 대비 24.5%(32조3792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현금흐름은 기업 투자 활성화로 이어졌다. 자본적 지출은 94조8329억원으로 지난해 83조496억원 대비 14.2%(11조7833억원) 확대됐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지출을 뺀 값으로,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과 연말 배당 여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난 기업은 127곳으로, 감소한 기업 110곳보다 많았다. 특히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된 기업도 38곳에 달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양대 축 현금 창출 주도
가장 많은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한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19조3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조6919억원(42.6%) 증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가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잉여현금흐름 누적액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배 가까이 증가하며 두 번째 자리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9월 5조8853억원에서 올 3분기 14조395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8조1543억원(138.6%)의 증가를 의미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14조7652억원(102.5%)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호황의 영향으로 두 회사 모두 현금 창출력이 크게 개선됐다. 전년 동기 대비 잉여현금흐름 증가액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8조1543억원)가 1위, 삼성전자(5조6919억원)가 2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잉여현금흐름 증가액 3위는 한화오션이 차지했다. 한화오션은 2조9231억원의 잉여현금흐름 증가를 기록했다. 이어 HD현대중공업(2조4059억원↑), 한국전력공사(2조1288억원↑), LG화학(2조888억원↑), 삼성E&A(1조6787억원↑), LG디스플레이(1조5967억원↑), 삼성중공업(1조4406억원↑), LG이노텍(1조3922억원↑)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현재 3분기 기준 상위 10위권 기업들을 살펴보면, 기아(4조2659억원), 한국가스공사(3조9633억원), HD현대중공업(3조4552억원), 한국전력공사(2조8728억원), 현대모비스(2조3694억원), HMM(1조9615억원), LG화학(1조8438억원), 삼성E&A(1조5268억원) 등이 포함됐다.
현대자동차 72% 급감... 미국 관세협정 지연의 여파
반면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지난해 3분기 4조8821억원에서 1조3651억원으로 3조5170억원(72.0%) 감소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정 지연 여파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36.0% 줄었으며, 자본적 지출은 6.0%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크게 감소한 기업으로 지목된다.
이어 현대건설(1조2978억원↓), SK텔레콤(1조261억원↓), 기아(1조90억원↓) 등이 큰 감소폭을 보였다.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SK텔레콤, 기아 4개사는 1조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 감소액을 기록한 유일한 기업들이다.
마이너스 영역 진입한 4개 기업... 투자 부담 가중
마이너스 1조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한 기업도 4곳에 달했다. 현대건설이 -1조4727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가장 컸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1조4511억원), 두산에너빌리티(-1조3064억원), LG디스플레이(-1조2106억원)이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은 자본적 지출이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상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현금 투자에 집중하고 있거나, 경영 악화로 인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을 시사한다.
IT전기전자 업종 96% 급증... 조선·기계도 강세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가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IT전기전자 업종 21개사의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 총액은 29조751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조5772억원(96.1%) 증가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그 외에도 조선·기계·설비(8조3695억원↑), 석유화학(3조5510억원↑), 공기업(2조4973억원↑), 제약(8982억원↑), 유통(5835억원↑) 등 총 10개 업종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했다. 조선·기계·설비 업종에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어 업종 전체의 현금 창출력 개선이 두드러졌다.
자동차·부품 업종 3.9조원 감소... 자동차 산업 불황 가시화
반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3조9424억원 감소하며 감소폭 1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잉여현금흐름 급감의 영향이 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이들의 부진은 전체 업종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서비스(1조9107억원↓), 운송(1조7182억원↓), 철강(1조4463억원↓), 통신(1조4438억원↓) 등 7개 업종의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했다. 통신 업종에는 SK텔레콤이 포함되어 있으며, 철강 업종에는 고려아연과 동국제강 등이 해당된다.
배당 여력 확대 vs 투자 경기 불황의 엇갈린 신호
올해 상장사들의 잉여현금흐름 증가는 긍정적 신호로 풀이되는 한편, 일부 기업들의 대폭 감소는 경기 불황 심화를 암시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의 호황은 국내 수출 주력 산업의 회복세를 보여주지만, 자동차와 통신 업종의 부진은 구조적 약점을 노출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72% 감소는 미국과의 관세 협정 지연이라는 외부 충격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향후 통상 환경 변화가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시사한다. 반면 SK하이닉스의 138.6% 증가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의 긍정적 영향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늘어난 현금흐름은 연말 배당 여력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늘어난 자본적 지출은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산업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어느 업종에서 나올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