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승리를 넘어 IT 업계 전체에 상징적 의미를 던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무죄 판결이 카카오에 '심리적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그간 수사와 재판에 휘말리며 '리스크 기업'으로 낙인찍혀 왔기 때문이다.
법적 승리 넘어 심리적 전환점 작용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의 핵심 증거이자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던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대해 법원은 허위라고 명확히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이씨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별건으로도 조사를 받았고, 수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돼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별건 압수수색 이후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이씨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했고 그 결과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명확했음을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후 추가 발언을 통해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직접 비판했다. 법원은 "본건과 별다른 관련성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이 지양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이씨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안 됐을 것"이라며 "이씨는 허위 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매수 행위에 대해 법원은 "당시 시장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카카오의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이 아닌 물량 확보 목적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자격 유지
카카오는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법원의 무죄 판결은 카카오가 금융 계열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그룹의 핵심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법적 보증을 제공한 셈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 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의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플랫폼 안정화 등 경쟁력 회복 속도
지난 2년 8개월 동안 카카오 그룹은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네이버 등 경쟁사가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콘텐츠 투자에 속도를 낼 동안, 카카오는 내부 쇄신에 매달려야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네이버, LG AI연구원, SK텔레콤 등에 밀려 탈락하기도 했다.
카다오는 성명을 통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그룹이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이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1심 무죄 판결로 카카오는 경영·이미지 회복의 전환점을 맞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최근 단행한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과정에서 친구탭 UI 변경을 둘러싼 이용자 불만이 폭주하면서 브랜드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콘텐츠·게임 부문의 실적 부진도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플랫폼 안정화, AI 중심 신성장, 지배구조 효율화 등에 집중하며 본업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국대 경영학과 김준익 교수는 "이번 판결로 창업자의 '상징 자본'이 회복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플랫폼 기업에서 상징 자본은 투자자, 소비자, 파트너사의 신뢰를 연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세조종 의혹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있어 아직 완전히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항소 절차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도 카카오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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