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 IT기업인 현대오토에버는 2024년 11월 1일부터 재택근무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사무실 근무제를 의무화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국내 대기업 중 재택근무를 완전히 없앤 첫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가 재택근무를 전격 폐지한 것은 내부 감사 결과 이로 인하 폐해가 드러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대오토에버는 감사 과정에서 재택근무 중 무단 해외여행, 접속 기록 조작, 고객 대응 부실 등 불성실 근무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적발된 직원만 10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440명 안팎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 정직, 감봉 등 중징계 대상자는 약 170명이고, 해고자는 6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토에버의 결정은 현대차 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미쳐 현대차 내부에서도 재택근무 폐지 여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재 남양연구소, 판교연구소 등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남양위원회는 "지난해 1분기에 노사 협의를 통해 재택근무를 정식 제도화했다"며 "코로나19 상황 종료 후에도 재택근무를 제도화하기로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피스 타입으로 전환해 가는 IT업계
재택근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IT업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7월부터 기본 근무 형태를 전면 재택에서 '주 3일 이상 출근'하는 오피스 타입으로 전환했다. 구글도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운용 중인데, 1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출근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해외기업들도 재택근무 폐지나 축소에 나서고 있다. Resume.org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미 RTO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의 임원 중 73%가 2025년 말까지 직원들이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에 근무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마존은 2025년 1월 2일부터 모든 직원이 비상 상황이나 고위 경영진의 사전 승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 5일 출근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스페이스엑스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사무실 복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기업들도 속속 출근제도 선회
재택근무 폐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재택근무가 명문화돼 있으면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폐지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가이드에 따르면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서 재택근무 신청 자격, 대상 직무 등을 정하고 있고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가 신청하면 재택근무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면 회사가 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 인사 컨설팅 전문가는 "노사가 각자 선호하는 것에 매달리기보다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화두를 두고 진지하게 터놓고 얘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재택근무 혁신이 과연 뉴노멀로 정착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인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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