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과 차명 소유 의혹
조현상 부회장의 위기는 2022년 연말부터 시작됐다. 당시 HS효성 전 임직원 A씨가 뉴스타파에 찾아와 18년간 조 부회장의 '오른팔'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비리를 폭로했다. A씨는 조현상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효성그룹의 수입차 사업 역사의 문제점은 정상 절차와 그에 따른 합당한 세금 신고 없이 부의 증식과 이전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라며 "차명과 세금탈루와 각종 무리수가 기본이었다"고 주장했다.
주요 의혹은 조현상 부회장이 벤츠·폭스바겐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 마이스터모터스, 중앙모터스를 차명으로 소유하고, 효성캐피탈 자금을 사적으로 전용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효성캐피탈은 10년간 11명의 임원에게 4300억원을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났고, 이 중 상당 금액이 오너 일가로 흘러들어간 정황도 포착됐다.
공정위 조사와 계열사 신고 누락
이러한 내부 고발을 바탕으로 공정위는 조현상 부회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쟁점은 2021~2023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마이스터모터스 주식회사 및 중앙모터스 주식회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였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던 바로 이 시기인 2023년 6월, HS효성의 4개 계열사가 일제히 IMS모빌리티에 투자를 단행했다. HS효성더클래스, 신성자동차, HS효성토요타, HS효성더프리미엄 등이 각각 5억~10억원씩 총 35억원을 후순위 채권 형태로 투자한 것이다.
35억 투자의 미스터리
둘째, 4개 계열사의 투자 담당자 연락처가 모두 동일했다는 점이다. 이는 독립적인 투자 결정이 아닌 그룹 차원의 총괄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조현상 부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에이에스씨(ASC)가 더클래스효성과 신성자동차를 지배하고 있고, 나머지 계열사들도 사실상 조 부회장의 통제 하에 있었다.
셋째, 투자 구조상 HS효성은 수익 배분 순서가 가장 뒤에 위치한 후순위 투자자로 분류돼 회수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HS효성 계열사들의 IMS 투자 8개월 후인 2024년 2월, 공정위는 제보자 A씨가 폭로한 사안에 대한 조사 및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계열사 신고 누락에 따른 '경고' 처분이었다. 이는 징계 처분 중 가장 가벼운 수준이었고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조현상 부회장이 16년간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이 신고 누락됐다고 판단했지만, 인식 가능성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에 그쳤다. 이는 과거 SK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받은 처분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투자 의도를 둘러싼 엇갈린 해석
HS효성은 "IMS에 대한 투자는 HS효성 자동차 딜러사 계열사와 렌터카 업체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투자한 것"이라며 "투자 당시에는 김예성 씨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최근 보도에 따르면 HS효성은 투자 조건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등 신형 수입 전기차 총 985대 납품을 선제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벤츠 1대당 가격을 약 1억원으로 계산하면 총 985억원 규모로, 이는 HS효성이 투자한 35억원의 28배에 달한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팀은 이 투자가 단순한 사업적 고려가 아니라 사법 리스크 완화 혹은 정권 친화적 관계 유지를 위한 보험성 투자의 일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조현상 부회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투자 의사결정 경위와 경영진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특검은 또한 IMS모빌리티가 이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김건희 및 측근과의 친분관계를 강조하며 투자를 유치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구조적 리스크 노출된 효성그룹
이번 사건은 효성그룹의 지배구조, 계열사 운영, 오너 리스크 등 구조적 부정 이슈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효성그룹은 과거에도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계열사 부당 지원, 허위 채용, 입찰 담합 등 각종 불법·탈법 행위로 검찰 수사와 공정위 제재를 반복적으로 받아왔다.
2018년에는 조현준 회장이 100억대 비자금 조성·배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고, 효성-현대중공업과의 변압기 입찰 담합,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관과의 유착·로비 정황도 폭로된 바 있다.
특히 2019년 효성중공업 내부고발자가 경기도에 변압기 입찰 담합을 신고하자, 효성은 경기도와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항의성 내용증명을 보내고 공정위 신고시 법적 조치를 경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조 부회장 대외 활동 위축 불가피
조현상 부회장은 그동안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과 한국-베트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APEC 기업자문위원회(ABAC) 의장 등 신분으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특검 수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HS효성의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매출 3조3112억원, 영업이익 21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성장했다. 전 세계 점유율 1위인 타이어코드 등 타이어보강재 판매량 증가에 따른 성과였다.
하지만 베트남 대규모 투자 여파로 재무 여건이 악화한 상태에서 이번 특검 수사까지 겹치면서 조 부회장의 대외 활동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통인 조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멈추면 HS효성의 현지 생산기지 확충 작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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