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SSG닷컴 의존도 탈피 선언
신세계백화점은 8월 5일 온라인 쇼핑 플랫폼 '비욘드신세계'와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를 동시 오픈했다. 이번 플랫폼 출범으로 신세계백화점은 그간 SSG닷컴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온라인 결제를 자체 앱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신세계백화점 앱에서는 상품만 검색할 수 있었을 뿐 구매는 불가능했다. 백화점 상품을 구매하려면 쓱(SSG)닷컴 앱으로 이동해 쓱닷컴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전용관에서 상품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욘드신세계를 통해 220여 개 브랜드의 상품 확인부터 온라인 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톱 쇼핑의 경험이 가능해졌다.
더욱 주목할 점은 신세계백화점이 고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놨다는 것이다. 12월말까지 비욘드신세계에서 구매한 금액의 50%를 내년 신세계백화점 VIP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SSG닷컴에선 신세계백화점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VIP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기존 SSG닷컴 이용 고객들을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명확한 의도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플랫폼 독립을 신세계그룹이 사업적으로 계열분리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신세계·이마트그룹의 온라인 사업은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쓱(SSG)닷컴이 주도해 왔기 때문에 백화점 앱은 아쉬웠던 상태였다"며 "그러나 계열 분리가 본격화된 만큼 신세계가 신사업인 온라인 쇼핑과 여행 사업을 묶어 백화점 자체 앱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2024년 10월 공식적으로 계열분리를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30일 단행된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3월에 승진한 바 있다. 이로써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회장 타이들을 갖게 된 것이다.
지분정리 하며 SSG닷컴 향방에 쏠린 관심
현재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가 SSG닷컴 1대 주주를 유지하려면 신세계로부터 약 15%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반대로 신세계가 SSG닷컴을 자회사로 두려면 이마트로 부터 약 36%를 가져와야 한다.
SSG닷컴이 공시한 2025년 예정거래 계획에 따르면 이마트와의 상품용역거래 총액은 약 1조398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분기별 최대 18.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세계와의 거래는 연간 774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SSG닷컴이 이마트 계열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계열분리 작업은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5월30일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 중인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딸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의 거래계획 보고서를 공시했다. 증여 시점은 다음달 30일이다. 이번 증여로 정유경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은 현재 18.95%에서 29.16%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 2월 정용진 회장은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시간 외 거래로 넘겨받았다. 이번 증여로 두 남매는 자신만의 영역을 책임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온라인 진출에 미래 청사진 담겨 있어
이런 상황에서 비욘드신세계와 비아신세계는 단순한 온라인 진출을 넘어 정유경 회장이 그리는 미래 신세계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경험을 제공하고, 여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계열분리 이후의 독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신세계그룹의 완전한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식품·호텔 부문을,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한 백화점·패션·뷰티·면세 부문을 각각 이끌게 된다. 이번 온라인 플랫폼 독립은 그 첫 번째 신호탄으로, 신세계그룹이 10여 년간 준비해온 계열분리가 본격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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