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프로젝트의 핵심 동력
김 부회장의 이번 방미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구체화를 위한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뉴욕 자택에서 직접 설명한 이 프로젝트는 한국 민간 조선사의 대규모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 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종합 패키지다.
한화그룹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축이다. 국내 조선 3사 중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1억 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직접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수천억원 규모 추가 투자 검토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필리조선소에 대한 추가 투자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와 함께 현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조선업 협력 방안을 정부 측에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협상 상황에 따라 조선소 추가 인수나 투자 규모 확대 등 새로운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필리십야드로 명명된 이 조선소는 단순한 상업적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에 대해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우리의 새로운 '해양 치국'의 판도를 뒤집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이 한화그룹의 조선업 진출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각각 5500억달러와 600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 패키지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한국은 투자 규모보다는 협력의 질로 승부하는 전략을 택했다. 정부는 'MASGA'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제조업 협력, 1000억달러 이상 대미 투자, 농산물 또는 데이터 시장 개방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등 소프트웨어 협력에 집중하는 반면, 한화그룹은 직접 투자를 통한 하드웨어 협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9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통상협상을 위해 워싱턴DC로 출국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28일 영국 스코틀랜드를 찾는 등 막판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민간 기업의 핵심 인물인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이번 협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김 부회장은 다음 달 1일 협상 시한까지 미국 현지에 머물며 정부 협상단과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협상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 여부나 규모 확대 등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협상의 유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MASGA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의 참여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민간 투자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협력 프로젝트임을 의미한다.
한미 관세 협상의 성패는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일본과 EU가 15% 상호관세를 골자로 한 무역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한국도 15% 관세 수준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조선업계의 대표주자인 김 부회장의 직접 참여는 협상력 강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