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대한 세금 받고 예술산업 발전 등한시”
환수위가 2일 발표한 고발 내용에 따르면, 아트센터 나비는 최근 5년간(2019~2023년) 정부로부터 총 34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연도별로는 △2019년 9억4104만원 △2020년 7억8197만원 △2021년 7억8978만원 △2022년 5억5469만원 △2023년 3억3785만원 등이다.
그러나 실제 전시 활동은 미미했다는 게 환수위 측 지적이다. 5년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4층에서 전시를 진행한 기간은 총 230일에 불과해 연평균 46일만 전시회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환수위는 "막대한 세금을 수령하고도 예술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시 등에는 매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인건비만 7억7천만원... "월급잔치" 의혹
더욱 심각한 것은 보조금의 사용처다.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직원 16명에게 지급된 고정성 인건비는 7억7000만원으로, 같은 해 정부지원금 5억5469만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였다. 환수위는 "실제 정직원이 몇 명인지조차 불분명하고, 이들에게 고액 급여가 지급된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다"며 "노소영 관장의 특수관계인이 급여를 수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트센터 나비의 재정 상황도 심각하다. 2019년 200억원 규모였던 자산이 2023년 말 기준 145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이 기간 누적 적자는 48억원에 달한다. 정부보조금으로만 운영되면서도 그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26억원 횡령 사건까지 ... 관리감독 구멍
환수위는 "내부 직원이 20억원 이상의 회계 자금을 횡령할 수 있는 조직구조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관리 부실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감시기능 실종 ... 이사진도 "어용" 의혹
환수위는 "이사진이 사실상 노소영 관장의 지휘 아래 운영되는 구조로 보인다"며 "외부 감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혐의 없음" 결론에 환수위 강력 반발
환수위는 지난해 12월 16일 아트센터 나비의 정부보조금 부정수령 의혹을 문체부에 공식 제기했으나, 문체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환수위는 문체부 내 정부보조금 지급 부서 관계자와 내부 감사 담당자들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환수위는 "국민 혈세가 수년간 전시도 없이 특정 기관에 흘러들었는데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철저한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며 "보조금 집행 부서, 내부 감사 부서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태우 비자금 연관성도 수사 촉구
환수위는 아트센터 나비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연관돼 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지난해 10월부터 검찰과 국세청에 수차례 제출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정당국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환수위는 "지금처럼 조사를 미루고 시간 끌기로 일관할 경우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사 요구를 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술계에서도 의문의 목소리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해 10월 SK서린빌딩에서 조용히 방을 빼고 이전한 상태다. 2000년 첫 입주 이후 24년 만의 일로,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퇴거 소송에서 패소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미술계에서는 이미 나비에 왜 매년 고액의 보조금이 수년간 지급됐는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실질적인 예술 활동 기여도에 비해 과도한 정부지원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수위는 "나비는 명백히 정부지원금 수령을 위한 형식적 운영체로 보인다"며 "정작 예술산업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며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안은 정부보조금 지급 시스템의 허점과 문화예술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수사기관의 본격적인 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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