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4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처리한 전체 사건은 2천496건으로 전년(2천503건)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과징금이 부과된 사건은 124건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고, 과징금 총액은 4천227억원으로 7.9% 늘었다.
쿠팡 PB 부당 우대로 최대 과징금
과징금 규모 1위를 차지한 것은 쿠팡의 자체브랜드(PB) 부당 우대 사건이었다. 쿠팡은 PB상품과 직매입 상품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제품의 '쿠팡 랭킹' 순위를 인위적으로 올린 혐의로 1천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전체 과징금의 38.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플랫폼 내에서 자사 상품을 우대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알펜시아 리조트 담합부터 카카오모빌리티까지
과징금 2위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과정에서 벌어진 담합 사건이었다. KH그룹은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기 위해 '들러리 입찰' 등 부당공동행위를 벌인 혐의로 510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법 위반 유형별로는 불공정거래행위가 2천123억원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다. 다음으로 부당공동행위(담합) 1천701억원(40.2%),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155억원(3.7%) 순이었다.
기업 불복 소송 급증, 공정위 승소율은 역대 최고
이의신청 비율도 전년 6.4%에서 지난해 13.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액수가 크거나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들이 다수 처리되면서 소 제기율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소송 승소율은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행정처분 확정 사건 기준 공정위의 승소율은 83.1%로 전년(70.1%)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승소율이다. 일부승소는 9.7%, 패소는 7.2%로 집계됐다.
플랫폼 규제 강화와 디지털 경제 질서 확립
이번 과징금 현황은 공정위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 사건은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상품을 부당하게 우대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사건 역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차별하거나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
공정위는 올해도 디지털 플랫폼과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 기반 차별행위, 자사 상품 우대행위 등에 대한 조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의 높은 승소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불복 소송이 늘어나면서, 최근 5년간 공정위가 행정소송 대응을 위해 쓴 변호사 선임료가 140억원에 이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제재 방식과 절차에 대한 개선 논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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