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전담 TF 가동 직후 현장조사 실시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9일부터 서울 송파구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내부 자료를 확보 중이다. 이는 지난해 7월 배달앱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3사를 조사한 이후 약 10개월 만의 현장조사다. 당시 조사는 플랫폼 수수료 인상에 집중됐던 반면, 이번에는 플랫폼의 광고 정책 전환과 가격 정책 등 보다 포괄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배달앱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배달플랫폼 사건처리 전담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TF는 안병훈 조사관리관(1급)을 단장으로, 김문식 시장감시국장을 간사로 하며, 서기관 1명과 사무관 4명으로 구성된 사건처리팀이 배달플랫폼 사건을 전담하게 된다. 또한 경제분석과가 주요 행위에 대한 경제분석을 담당하는 체제로 구성됐다. 이러한 전담팀 구성은 공정위가 배달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액제 광고폐지와 플랫폼 가격정책 자료 수집
이번 현장조사에서 공정위는 배민이 추진하는 정액제 광고 폐지와 플랫폼 내 가격 정책 등과 관련한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점주에게 월 8만8000원을 받고 특정 지역 내 상단에 노출해 주는 정액제 광고 상품 '울트라콜'을 운영해 왔으나, 이를 오는 6월부터 차례로 폐지하고 주문당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 광고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점주들은 수수료 부담이 급증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참여연대와 점주 단체 등은 이를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로 보고 공정위에 정식 신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액제에서 정률제로의 전환이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달에 일정액만 지불하던 것에서 주문량에 비례해 수수료가 증가하는 구조로 바뀌면, 특히 주문이 많은 인기 음식점의 경우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미 기본 중개 수수료와 다양한 부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비 부담까지 증가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혜대우 조항은 다른 앱보다 자신의 앱에서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도록 하는 관행으로, 결과적으로 모든 플랫폼이 비슷한 요구를 하게 되면 가격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요구가 점주들에게 추가적인 경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배민의 최근 앱 화면(UI) 개편이 자사 라이더가 배달하는 '배민배달'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닌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배달 방식을 먼저 선택한 뒤 음식점을 고르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음식점을 먼저 고른 뒤 배달 방식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점주들은 '배민배달'에는 '가장 빠른 배달', '위치 확인 가능' 등의 긍정적인 문구가 붙은 반면, 점주가 자체 배달을 수행하는 '가게배달'에는 '위치 확인 불가' 정도만 표시돼 소비자 선택에 불이익이 생긴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UI 개편은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넛지(Nudge)'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빠른 배달'이나 '위치 확인 가능' 같은 표현에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배민배달'을 선택하게 된다면, 이는 자체 배달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불리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배달 시장에서 플랫폼이 단순히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넘어 배달 서비스까지 직접 제공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통합 전략이 궁극적으로는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음식점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UI 변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플랫폼 시장 전체에 대한 종합적 검토
그간 정부 부처 내에는 플랫폼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전담 조직이 없었고, 복수 부서가 배달플랫폼 사건 조사를 개별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배달플랫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유기적으로 살펴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에도 배달플랫폼 관련 신고가 추가 접수되고 다수 불공정 이슈가 새롭게 제기되는 등 조사·검토 범위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이들 사건을 배달플랫폼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대응 체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배달앱 시장은 지난해부터 1·2위 사업자인 배민과 쿠팡이츠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 반면, 입점업체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인상, 광고 정책 변경, 알고리즘 변경 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업계에서는 "TF 출범 직후 조사관이 현장에 투입된 것은 동의의결 절차와 맞물려 플랫폼 측에 압박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의의결은 공정위로부터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원상 회복이나 피해 구제 등의 방안을 스스로 제안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의 조사 여부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불공정 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 시장 지배력 남용 규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DMA)과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견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독점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이며, 배달앱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별도의 법적 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번 공정위의 배달앱 전담 TF 출범과 배민에 대한 현장 조사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맞물려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로 해석된다.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키고 시장을 확대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정부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 보다 면밀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공정위의 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조치가 국내 배달앱 시장과 더 나아가 전체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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