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을 인수한 2017년 이후 8년 만에 성사된 조단위 인수합병(M&A)이다. 삼성전자는 플랙트그룹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플랙트그룹을 타깃으로 선정해 인수전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유럽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던 플랙트그룹 인수를 위해 지멘스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인수전에 승리했다. 이는 '삼성전자 답지 않은 속도전'으로 평가받는 전략적 결정이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미국의 존슨컨트롤즈 인수를 막바지에서 보쉬에 놓친 후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이번에는 적극적인 태도로 나섰다. 트라이튼 측이 초기에 "아시아기업에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삼성 측은 여러차례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설득 작업에 나서 대주주의 마음을 돌렸다. 특히 거래 종결성과 속도전 측면에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계약 체결까지 성공했다.
100년 역사의 공조 전문기업, 데이터센터 냉각 부문 강점
1918년 설립된 플랙트그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공조 기업이다. 고객별 요구에 맞춘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라인업과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뛰어난 제품 성능과 안정성, 신뢰도 있는 서비스 지원 등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플랙트그룹은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민감한 고서·유물을 관리하는 박물관·도서관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터미널 ▲항균·항온·항습이 중요한 대형 병원 등 다양한 시설에 고품질·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해왔다.
특히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과 냉각효율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에는 데이터센터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플랙트그룹은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분야에서 60개 이상의 폭넓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AI 시대, 고성장 공조시장 선점 위한 전략적 포석
이번 인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공조사업은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공조(덕트리스·Ductless) 제품으로 공조사업을 추진해왔다. 작년 5월에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공조시장 공략도 강화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기존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그룹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 안정적이고 수익성 좋은 서비스와 유지보수 사업 확대를 기대하게 됐다.
미래 성장동력 육성 위한 적극적 M&A 행보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 성장 산업 관련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옥스퍼트 시멘틱 테크놀로지스(AI), 소니오(메드텍), 룬·마시모 오디오사업부(오디오·전장)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노태문 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레버 영 플랙트 최고경영자(CEO)는 "플랙트가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로서 글로벌 대형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플랙트가 이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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