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계엄령 선포 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는 국회 경비대와 영등포경찰서 직원 등이 담장을 따라 배치됐다. 이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면서 시민들과 충돌이 발생했고 국회의원들이 출입을 제지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적이며 이 과정에서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군경을 향해 "지금부터 불법 계엄선포에 따른 대통령 명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명령으로 이를 따르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역시 "지금 계엄령에 근거해서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결국 책임은 군, 경이 지겠다", "국회의원 (출입을) 막은 책임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 등 경찰관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차단한 경찰 군인을 모두 척결하라"거나 "군경이 위법한 계엄선포에 해선 안 될 국회 폐쇄에 동참했으니 지휘를 내린 사람들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현장에 배치된 젊은 경찰관들과 윗선 사이에는 일종의 괴리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 주변에 배치된 경찰들의 태도에 대해 "'국회의원이 일하러 가는데 막는 게 맞습니까'라고 소리쳤을 때 젊은 경찰들이 굉장히 동요했다"고 주장했다.
지휘관이 출입을 막도록 했지만 젊은 경찰관들은 '국회의원이면 들여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밤사이 국회 앞 경찰과 군, 시민 간 대치 상황이 벌어졌지만,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조지호 경찰청장은 4일 예정됐던 회의 등 일정들을 취소했다.
조 청장은 앞서 0시에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전국 시도청장에게 정위치 근무를 지시했으나 이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 청장은 계엄령 발표 약 4시간 전인 전날 오후 6시 20분께 대통령실로부터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조 청장 측이 계엄령 선포 등 담화문의 내용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엄군이 국회를 통제하는 과정에 경찰청을 건너뛰고 국회경비대가 속한 서울경찰청에 먼저 협조를 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국회는 경찰이 상시 경비를 하고 이후 과정에서 서울청장과 조율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직 특성상 (본청) 보고 없이 하기는 힘들다"며 "내부 타임라인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유창규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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