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학습 비중이 커지면서 학습 습관을 만들지 못한 중·하위권 학생과 상위권 학생의 학습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년도 성적표를 받아보고 예상치 못한 성적에 충격받은 학생과 학부모가 부랴부랴 다시 학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첫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에게 필요한 효과적인 내신 학습법은 무엇일까? 내신 성적을 잘 받는 상위권 학생들만의 비법이 있을까? 10여 년간 강남지역 대형 학원을 운영하며 고입 및 학습 컨설팅을 진행한 김은영 교육전문가에게 물었다.
이미지 확대보기Q. 요즘 중학생들은 자유학년제로 시험을 많이 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 간의 평가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인가요?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과정 중 특정 시기를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아무래도 고입의 부담이 있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중학교 1학년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교과 수업, 오후에는 주제선택·예술·체육·동아리·진로 탐색 활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운영합니다. 이때 학생들의 참여도, 활동 내역, 태도 등은 학교생활기록부 자유학기 활동 영역에 기록됩니다.
이 기간에는 수행평가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중간·기말고사 형태 수업 대신 각종 수행평가가 수시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영어 교과서에 영화 관련 본문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학생이 감명 깊게 본 영화를 소개하는 글쓰기가 영어 과목 수행평가로 출제될 수 있습니다. 학생이 과학 과목에서 암석의 종류, 특징 등에 대해 배웠다면 수행평가를 통해 교과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암석을 분류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수행평가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1학년뿐 아니라 2·3학년도 지필고사 대신 수행평가로만 성적을 산출하는 경우가 늘어난 탓입니다. 지필고사를 시행하는 학교라도 수행평가 배점을 예년보다 높게 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이 수행평가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초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독촉해줄 것을 기대하고 제출기한을 놓치는 사례도 허다합니다. 이런 경우 중간·기말고사를 잘 봐도 수행평가로 인해 최종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때문에 수행평가도 시험이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과목별 평가계획이 공지되니 사전에 확인하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보셨텐데, 그 학생들만의 비법이 따로 있나요?
먼저 학교 내신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신은 학생 성적을 나누기 위한 시험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풀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죠.
현재 강남·서초 지역 내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의 평균 점수는 전 과목에서 3문제 내외로 틀리는 정도입니다. 읽고 이해한 후 개념 문제를 푸는 정도로 만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암기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 그 학생들의 특징입니다.
반면 대다수 학생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교과서나 문제집의 개념 설명을 몇 번 훑어보고 관련 문제를 풀어보죠. 틀린 문제의 경우 해설을 참고해 공부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절대 최상위권 내신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개념 설명을 읽고 푼 문제가 다 맞았다고 해당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러한 공부법은 단기 기억력에 의존한 문제 낭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교 1등의 공부 비밀은 문제집에 의존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내신 준비는 교과서 복사에서 시작됩니다. 시험 범위 내 교과서를 여러 장 복사해 자신만의 테스트지를 만들죠. 화이트로 중요 부분을 지워가며 1차 빈칸, 2차 주요 문장, 3차 백지상태의 테스트지로 혼자 공부하며 교과서를 완전히 암기한 뒤에 문제집을 폅니다.
당연히 이 학생들의 교과서에는 수업 시간 중 담당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체크해 주신 내용과 필기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그들은 학교 선생님이 시험의 출제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학생의 성향, 과목 특성에 따라 방법의 차이는 있겠으나 핵심은 교과서를 완전히 암기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체크해두기 위해 출제자의 수업을 열심히 기록하고 교과서 페이지와 줄의 위치까지 기억하는 상태가 될 만큼 완전 분석한 후 마지막 점검 차원에서 평가문제집을 풀어보는 정도입니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시험 문제 출제자인 학교 선생님들이 문제집에 나오는 수준의 문제만 시험에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시험에 나오지 않을 문제집만 보며 공부하는 다른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Q. 이제 곧 첫 중간고사가 시작됩니다. 학생과 학부모님께 해줄 조언이 있을까요?
학원에 처음 상담을 오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항상 "내신점수를 믿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만큼 중등 내신은 학교별로 난이도 차이가 클 뿐 아니라, 내신성적이 좋다고 해도 해당 과목의 기본기가 약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등 내신성적은 그 학생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는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표에 80점 이하의 성적이 나온 과목이 있으면, 저는 학부모님께 담임선생님과 면담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 정도의 점수라면 아이가 교우 관계, 사춘기 등으로 학교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 부모님 세대처럼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극심하게 반항하거나 가출을 결심하진 않습니다. 대신 극도의 무기력증을 보이죠. 착하고 순한 아이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집니다.
중등 내신과 고등 내신 산출 방식의 차이를 미리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강남·서초지역 중학교에서 90점 이상, 즉 성취도 'A'를 확보한 학생은 과목별로 평균 30% 이상입니다. 학생 3명 중 1명은 90점 이상인 셈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90점이라는 점수는 딱히 잘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점수입니다. 그러나, 성적표에 찍히는 성취도가 'A'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도 안심하게 됩니다.
문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시작됩니다. 고등학교 내신은 상대평가로 이뤄집니다. 수시 학생부 중심전형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내신은 해당 학교 내 2등급선, 상위 11% 정도입니다. 내신점수 90점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중학교 때는 잘한다고 위안을 삼았던 내신 성적이,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는 서울 소재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내신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등 내신은 전과목 만점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중등 내신은 실전이 되는 고등 내신이 시작되기 전 과목별 학습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아니라, 학생 본인이 어느 정도의 내신성적을 만들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해 보는 기회입니다. 당연히 이것을 바탕으로 대입의 방향이나, 고등학교 선택에 활용하게 됩니다.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고등학생이 되어 성적이 급격히 오르는 케이스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내신의 경우 중학생 때 과목별 공부 방법을 찾아낸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리겠다는 것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차진희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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