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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시민기자단] 작지만 위대한 곤충, 꿀벌

2022-12-30 09:00:00

[글로벌에픽 나현숙 객원기자]
본 기사는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국가환경교육센터,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글로벌에픽이 공동으로 주관한 ‘2022 환경작가 리더양성 교육과정’에서 나온 시민 환경작가의 기사입니다.

▶ 텃밭의 신비
밤나무 동산이 있었다. 밤나무를 처음 심은 그해, 나는 엄마 뱃속에 있었다. 밤나무와 나는 함께 커 갔다. 5월말에서 6월초가 되면 뒷동산이 시끌벅적하다. ‘윙윙!~ 거리는 소리는 청각을 자극하고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는 후각을 자극한다. 밤꽃이 피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그때가 되면 어김없이 밤꽃으로 모여든다. 꿀벌들이 밤꽃을 찾아 꿀을 먹는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린다. 밤나무 동산이 있다 보니 가끔 꿀벌이 집 근처 나무 위로 날아와 봉분을 만든다. 꿀벌이 날아 들어오면 아버지께서는 벌통을 가져다 놓으시고 키우셨다. 그 덕분에 달콤한 밤꿀을 먹을 수 있었다.

반면, 뒷동산에서 놀다보면 꿀벌들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꿀벌에 쏘일까봐, 무서워 팔을 휘적거리고 한 달음에 도망을 친다. 꿀벌은 위험을 느끼지 않으면 쏘지 않는데 그걸 모르고 호들갑을 떨고 뛰었다. 고리모양 침을 가지고 있는 꿀벌은 한 번 침을 쏘면 내장이 빠져나와 죽는다. 꿀벌이 나보다 훨씬 작은데 말이다. 꿀벌에 쏘이는 날이면 된장독이 있는 장독대로 뛰어갔다. 항아리 뚜껑을 열고 된장을 꺼내 꿀벌에 쏘인 곳에 된장을 발랐다. 된장 냄새와 톡, 쏘는 느낌이 싫었지만, 그래도 조금 지나면 꿀벌에 쏘인 곳이 가라않았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처럼 꿀벌에 쏘여서 꿀벌이 싫었지만, 달콤한 꿀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준 꿀벌이 고마웠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른이 되고 나서는 꽃과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베란다에 꽃과 식물을 키웠다. 고추, 방울토마토, 더덕 등을 키울 때의 일이다. 넝쿨로 자라는 더덕 향과 꽃이 좋아 베란다에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친정집에서 몇 뿌리 가져와 심었다. 그런데 더덕 뿌리가 크게 자라지도 않을뿐더러 꽃도 잘 피지 않았다. 그 뒤로 더덕은 베란다에서 키우지 않기로 하였다. 건강한 먹거리와 삼겹살을 위해 쌈채소와 고추를 직접 심었다. 쌈채소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랐다. 그에 반해 고추와 토마토는….고추에 꽃이 피면 곤충을 대신해 붓을 들고 이 꽃 저 꽃 옮겨가며 수정을 해 주었지만, 고추는 새끼손가락 정도로 부실했고 방울토마토는 알사탕만 했다.

그런데 문득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 2013~14년 텃밭을 한 적이 있다. 텃밭에 고추와 고추사이에는 메리골드와 한련화를 심고 토마토와 토마토 사이에는 바질과 한련화를 심었다. 꽃을 찾아 꿀벌들이 모여들었다. 메리골드와 한련화, 바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꿀벌이 수분해 준 덕분에 주먹 정도의 토마토와 가운데손가락 보다 큰 튼실한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3無(경운·농약·비닐멀칭)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꿀벌이 나 대신 부지런히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꽃가루받이를 해 준 덕분임이 틀림없다. 내가 붓으로 꽃가루를 옮겨 준 것과 꿀벌 등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준 것이 크게 차이가 없다고 느껴지는데 말이다. 참 신기하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겠지, 싶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100여 종의 농작물이 공급한다고 한다. 이런 농작물의 71%는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주는 덕분에 열매를 맺는다고 하니 역시 꿀벌의 공이 컸던 것이다.

그런데 2022년 봄, 전국 양봉농가 곳곳에서 꿀벌이 집단 실종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따뜻한 겨울이 꿀벌을 깨운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한다. 지난겨울 39만 봉군에서 전국 78억 마리가 실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그 피해 원인을 꿀벌 기생해충인 ‘응애’의 발생과 변덕스러운 이상기후, 그리고 약제 과다 사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 2006년 처음 보고된 꿀벌 군집붕괴현상(CCD)이 북남미, 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올봄 꿀벌 실종 사건은 국내에서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자연의 경고 시그널'로 풀이할 수 있다.
최근까지 나는 생태공원에서 생태해설 자원봉사를 하였다. 생태공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아이들과 자연을 관찰하며 사계절을 지속적으로 만났다.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한 생태공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던 곤충들이 확확,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눈에 뜨일 정도였다. 꿀벌이 그렇다. 그래서 꿀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꿀벌을 지켜주세요’라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기후변화와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활동가와 과학자, 전 서계 시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꿀벌의 실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가 멸종위기에 처한 ‘꿀벌’을 구하기 위해 2017년 유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세계 벌의 날(5월 20일)’ 지정하여 세계 야생식물과 식량이 생산되는데 필수적인 매개체인 꿀벌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보호 대책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또 세계 환경단체인 어스워치(Earth Watch)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은 벌, 플랑크톤, 박쥐, 균, 영장류 순으로 5종이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 시대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생물종 가운에 꿀벌이 첫 번째이다. 꿀벌은 언제나 대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변덕스러운 이상기후로 인해 대체 불가능한 꿀벌이 위협받고 있다. 꿀벌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꿀벌의 먹이원이 되는 ‘꽃과 화분을 공급하는 밀원식물’을 심고 가꾸는 것과 더불어 대중교통이용하기, 가까운 거리 걷기, 자전거 타기, 일회용품사용과 쓰레기 줄이기, 당근 등 통해 재사용하기, 콘센트 뽑기, 이메일 지우기 등 디지털 발자국 남기지 않기, 손수건·장바구니 사용하기 등등. 문제는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꿀벌과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나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위르겐 타우츠와 디드리히 슈텐이 공저한 '벌꿀 공장'이라는 책이다. '벌꿀 공장'은 세계적인 꿀벌 생물학자와 25년 경력의 양봉가가 들려주는 달콤한 꿀벌의 생태 관찰기이다. 도서소개에 따르면, 이 책에는 꿀벌 군락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과정과 협동하는 모습, 꿀벌의 다양한 감각, 꿀은 물론 밀랍과 프로폴리스 등 꿀벌이 우리에게 주는 〈생산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가까이에서 꿀벌을 관찰하고 돌보는 양봉가의 시선을 통해 보는 꿀벌의 생태는 매우 흥미롭다. 이 책에서 슈텐은 “양봉가는 단순히 꿀을 얻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꿀벌과 교감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는다.

벌과 식물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꽃피는 따스한 봄이 되면 실행할 두 가지 계획을 세워본다. 꿀을 찾는 사랑스러운 꿀벌을 만나기 위해 빈 공터에 해바라기 등 꽃씨를 심어보는 게릴라 가드닝으로 ‘밀원 동행,’ 그리고 꼬리 춤을 추며 의사소통하는 꿀벌의 윙윙거림을 음악 삼아 ‘꽃Bee 산책’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돌아올 봄에는 꿀벌과 더 많이 조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꽃Bee지구하자!”(꽃과 Bee 지키고 지구 구하자!)
[환경부×시민기자단] 작지만 위대한 곤충, 꿀벌


나현숙 글로벌에픽 객원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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