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마케팅 승인 과정의 구조적 결함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전상진 부사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진상조사 결과 발표 회견을 열었다. 전 부사장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마케팅 기획·승인 프로세스의 심각한 결함이었다.
"마케팅 기획과 승인 과정에서 단 한 차례 문제 제기조차 없었습니다. 누구도 '탱크데이'가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전 부사장의 발언은 결재 라인이 형식적 역할에만 그쳤음을 의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가 실제로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스타벅스코리아가 마케팅 즉시성을 우선시한 나머지 과거에 진행되던 법무팀 검증 프로세스까지 생략했음을 보여준다.
전 부사장은 이번 사안이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이는 개별 직원의 부주의가 아닌 조직 전반의 문제로 규정한 것으로, 신세계그룹이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고의성 입증 불가 … 조사 한계 노출
다만 신세계는 직원들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한 입장을 취했다. 전 부사장은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성을 가지고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고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배경에는 조사 과정의 현실적 한계가 작용했다. 탱크데이 행사명을 제안한 이커머스 팀 3명을 포함해 조사 대상자 다수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 부사장은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은 회사 서버에 일주일만 저장되는 까닭에 최초 기획 단계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갔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이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탱크 텀블러는 2023년부터 호주와 태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됐으며, 해외 제조사로부터 '물탱크'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일본과 슬로바키아도 17온스를 503mL로 환산해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미니탱크 출시일 4월 16일에 대해서도 "행사업체 브랜드 데이 일정에 맞춘 것"이라며 "최초 스타벅스 코리아 미니 탱크데이 브랜드 날짜는 4월 20일로 제안했고, 행사 업체 측에서 4월 16일로 확정 통보해왔다"고 해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직원들의 진술은 흥미로웠다. 마케팅을 기획한 임직원들은 논란 직후 다양한 입장을 제시했다.
전 부사장은 "직원들이 '기존 텀블러 문구였던 가방에 쏙과 라임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인공지능에 물어봤다' '5·18은 생각조차 못했다' '이슈화 이후 다시 보니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인지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논란 직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일부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도 확인됐다. 그러나 전 부사장은 "이러한 정황이 사전모의 등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신세계 조치 방안과 경찰 조사 예고
신세계그룹은 조사 결과가 고의성을 증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마케팅에 관여된 5명 직원의 직무 배제 및 대표와 담당 임원의 해임 조치가 이루어졌다.
더불어 신세계는 향후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른 추가 조치 가능성을 명시했다. 전 부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은 즉시 징계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도록 하겠다"며 "최고경영진 누구라도 부적절한 개입이나 그 의도가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사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번에 진행된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5·18 영령과 유족,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께 누를 끼쳤다"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이번 계기를 조직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전 부사장은 "이번 계기로 신세계그룹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휴대전화 제출 거부 등으로 인한 조사의 한계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른 추가 책임 인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