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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의 자녀들] 농심 신상열, ‘라면 회사’ 이미지 벗긴다

사내이사 선임 4일 만에 ‘뷰티 협력’ 발표 … 화장품이 신성장 동력?

2026-03-26 15:22:30

신상열 부사장 AI 생성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신상열 부사장 AI 생성 이미지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신상열 농심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공식 선임된 지 불과 4일 만에 화장품 협력 소식을 공개했다.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명을 결정한 농심이 24일 화장품 제조사 에프아이씨씨(FICC)의 바이오 뷰티 브랜드 '아로셀'과의 업무협약을 발표한 것이다.

신 부사장은 고(故) 신춘호 회장의 손자이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이다. 올해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미래사업실을 이끌고 있으며 투자·인수합병(M&A)과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었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은 오너 3세로서 경영 전면에 본격 합류했다는 신호이다.
경영 전면에 본격 합류한 오너 3세
신 부사장이 내놓은 첫 행보는 기존 라면 중심의 사업 구조 벗어남을 의미한다. 농심은 자사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의 핵심 원료인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를 아로셀에 공급하고 아로셀이 이를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판매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농심이 원료를 제공하고 파트너사가 제품화를 맡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고부가가치 원료 공급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기존 라면과 스낵 중심의 사업군에서 벗어나 기능성 원료를 기반으로 사업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내이사 선임 직후 4일 만에 뷰티 협업을 공개한 점을 보면 신사업 방향을 외부에 보여주는 신호"라며 "그동안 분산돼 있던 신사업 중 특정 사업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라이필의 기술력, 화장품 시장으로 확장
협력의 핵심은 농심이 보유한 콜라겐 원료의 차별성에 있다.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는 국내 출시된 콜라겐 원료 중 가장 작은 173달톤(Da)의 분자량을 자랑한다. 식약처가 공식 인정한 이 원료는 피부 흡수율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특히 식약처 공인 시험기관의 인체적용시험 결과는 눈에 띈다. 경구투여 10일 만에 주름·탄력·보습·각질 등 31가지 피부 지표의 개선 효과를 확인했으며, 이는 국내 출시된 콜라겐 건강기능식품 중 최단기간에 가장 많은 개선을 기록한 것이다. 먹는 콜라겐에서 바르는 콜라겐으로 확장하는 것이 기술 기반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증이다.
양사는 제품 출시 이후 173달톤 콜라겐의 우수성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공동 마케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농심의 유통망과 아로셀의 뷰티 전문성이 결합되는 형태다.

23일 콜라겐 화장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박의훈(왼쪽) 에프아이씨씨 대표이사와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심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23일 콜라겐 화장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박의훈(왼쪽) 에프아이씨씨 대표이사와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심 제공]

라면 가격 통제 속 신사업 중요성 커져
신 부사장이 신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배경이 명확하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 라면 가격 인상에 제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의 주력인 라면 부문 성장이 정체되면서 비라면 및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은 빠르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9년 2조9500억원에서 2025년 5조96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농심은 이 성장의 흐름을 타기 위해 2020년 3월 라이필을 론칭했다.

그러나 라이필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론칭 2년 만인 2022년 3월 누적 매출 550억원을 돌파했으나 2024년 하반기 기준 누적 1200억원에 머물렀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00억~250억원 수준이며, 연 매출 3조4000억원이 넘는 농심 전사 매출에서의 비중은 1% 미만이다.

“라이필 성장 정체 원인은 마케팅 실패”
라이필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여러 층면이 있다. 신 부사장이 미래사업실장을 맡은 2024년 이후 배우 신민아로 모델을 교체하는 등 마케팅 강화를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의 '라면 회사'라는 인식은 쉽사리 벗겨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농심의 기술력 대비 마케팅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라이필은 173달톤이라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제품 개발 과정의 혁신이나 탄생 스토리 등 감성적인 내러티브를 더하지 못했다"며 "기능적 성과에만 매몰된 올드한 방식으로는 최근 마케팅 유행을 따라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브랜드 이미지의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에서 약에 버금가는 효과와 혁신성을 기대하는데 농심 라이필의 마케팅은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농심은 라면 이미지가 강한 회사라 초기부터 모기업의 꼬리표를 떼고 근원이 다른 브랜드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B2B 전환으로 새로운 길 모색
이번 화장품 협력은 B2C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신 부사장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라면 회사라는 소비자 인식 장벽을 '아로셀'의 프리미엄 뷰티 전문 이미지로 상쇄하려는 의도다. 동시에 농심 입장에서는 기업간 거래(B2B) 원료 공급 시장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변화는 업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CJ제일제당의 건기식 자회사 CJ웰케어는 이너뷰티 전략을 유지하며 기능성 소재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기반 원료를 활용해 뷰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자신들의 강점인 기능성 원료를 활용해 화장품·뷰티 시장으로 진출하는 추세가 확산되는 중이다.

신 부사장이 제시하는 신사업 방향은 명확하다. 고기능성 원료를 기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되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원료 공급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화장품 원료 B2B 시장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먹는 제품 기준의 기존 임상 지표만으로는 부족하며, 피부 장벽을 통과해 진피층에 작용한다는 도포용 임상 데이터를 별도로 쌓아야 한다. 피쉬 콜라겐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고 크림 제형에 맞게 배합하는 기술도 기존 뷰티 원료사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173달톤 미세 분해 공정 특성상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과제다. 화장품 제조사를 상대로 납품 단가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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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의 경영 역량이 시험대에
정부의 물가 통제로 라면이라는 주력 사업이 정체되면서 신 부사장의 비라면 신사업 안착은 농심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아주대 이종우 경영학 교수는 "건기식과 화장품은 산업 구조와 요구되는 역량이 전혀 다른 영역인 만큼, 식품사가 기능성 원료를 보유했다고 해서 곧바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아니다"며 "다만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장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가 반영된 행보로, 오너 3세 체제에서 신사업 방향성을 설정해 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B2C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화장품 B2B 소재 시장의 납품 기준을 충족시켜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이 향후 오너 3세 체제의 안착을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신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첫 신호탄이 과연 농심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주목이 쏠려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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