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선 미국 상장 검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현장에서 ADR 상장 계획을 직접 언급하며 탄력을 받았다. 최 회장은 "한국 주주뿐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돼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기업 가치 전환을 노리는 신호였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검토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전략 검토의 연장선이다. 회사는 자사주를 활용한 ADR 발행 가능성을 공식 검토하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핵심 목표라는 분석이 나왔다.
저평가된 HBM 강자, 글로벌 무대서 '가치 인정' 받는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 마이크론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는 57%로 압도적이지만, 마이크론은 2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기업가치 평가에서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TSMC와 ASML의 ADR 상장은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사례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경로를 따르려 한다. 김영건·장다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의 사업 전망을 적시적으로 반영한 가치 평가가 이뤄져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편입 가능성과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 상장이 현실화되면 국내 시장에서 받지 못한 평가를 글로벌 시장에서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대 15조원 조달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
SK하이닉스가 미국 상장을 통해 조달할 자금 규모는 10조원대에서 최대 15조원으로 전망된다. 이 자금은 HBM을 비롯한 최첨단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입될 예정이다.
HBM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과열 상태다. HBM 시장 규모가 2년 뒤에는 작년 50조 원 규모의 3배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누가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사가 생산 능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문제는 생산 능력 확대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9년 발표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당초 128조 원의 비용을 예상했으나 작년에는 600조 원 규모로 늘어났다. 미국 내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7조 2063억 원의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추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ASML코리아와 약 11조 9496억 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스캐너 기계장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금 창출 능력은 크지만 자금 조달 방안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내 상장 목표, 시장 상황 따라 조정
SK하이닉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 상장 여부는 SEC 심사 결과와 시장 상황, 수요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회사는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예정이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이다. 국내 주식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확대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신주 발행에 따른 우려 목소리도
ADR 상장이 긍정적 신호만은 아니다. 신주 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주 환원을 이유로 12조 2400만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신주 발행에 나서는 것이 기업의 밸류업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올 소지가 있다.
자사주 규모에 따른 유동성 한계와 미국식 규제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 규제 강도가 한국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ADR 상장에 대한 회사의 구체적인 설명과 주주들의 반응이 향후 계획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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