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의 신속한 자금 납입은 코맥스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계약상 예정 시점보다 일주일 앞당겨 잔금을 완납하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은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는 경동나비엔이 인수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로부터 상당한 가격 할인을 받아냈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SPA 체결 당시 주당 거래 가격은 1,600원으로, 거래정지 직전 주가인 2,885원 대비 약 45% 할인된 수준이었다. 신주 발행가 주당 723원은 더욱 낮은 수준이었다.
상장폐지 위기 속 안정적 인수자 확보의 절박함
코맥스가 저가에 인수되기로 결정된 배경에는 회사가 처한 심각한 경영난이 있다. 1968년 설립된 코맥스는 월패드, 도어락, CCTV 등 스마트홈 하드웨어 제품과 이를 연결하는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100여 개국 이상에 제품을 수출해온 업체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연속적인 적자에 빠지면서 경영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2023년 사업보고서가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것은 상장폐지 실질사유가 된다. 상장사는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차감전순손실 비율을 5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코맥스의 이 비율이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까지 추가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손실은 약 734억원에 이르고, 같은 시점 기준 부채비율은 371%에 달했다. 회사는 유형자산 중 토지 자산 재평가를 통해 272억원의 평가차익을 인식하는 등 자본 확충에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코맥스의 개선계획안을 접수했으며, 올 6월 10일 개선기간 종료 이후 20영업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코맥스의 거래재개 여부는 이제 경동나비엔의 정상화 전략에 달려 있게 됐다.
이미지 확대보기스마트홈 전문가 김종욱 신임 대표의 역할 기대
경영진 교체는 코맥스 정상화 작업의 핵심이다. 창업주 변봉덕 회장의 아들인 변우석 전 대표는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유럽에서 성악가로 활동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21년 창업주가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단독 대표 체제를 이끌었지만, 경영 위기 국면에서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대체할 신임 대표로 경동나비엔이 선임한 인물은 김종욱 부사장이다. 전기전자·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인 김 대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 전반에 걸친 개발 경험을 보유한 연구원 출신이다. 휴맥스오토모티브 대표이사를 거쳐 한화테크윈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으며, 2019년부터는 경동나비엔의 모기업인 경동원의 대표이사로 홈네트워크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2022년에는 경동나비엔 대표이사로서 연구개발·생산·품질을 총괄했으며, 2024년부터는 다시 경동원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실질적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경동나비엔의 전략
경동나비엔은 코맥스 인수를 통해 다층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이번 인수는 경동나비엔이 추진 중인 외형 확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 경동나비엔은 2025년 레인지후드 전문업체 리베첸의 자산을 인수했고, 2024년에는 SK매직의 가스·전기레인지 및 전기오븐 사업을 인수해 영업권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5월 주방기기 브랜드 '나비엔 매직'을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코맥스와의 결합은 생활환경 솔루션 전체를 아우르는 스마트홈 시스템 구축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한 발걸음이다. 나비엔 스마트홈 시스템은 월패드를 중심으로 보일러, 환기청정기, 레인지후드, 도어락을 통합 제어하며, 엘리베이터 호출, 주차 관제, 출입 관리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코맥스의 보안 제품과 사물인터넷(IoT) 역량이 접목되면 솔루션의 고도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맥스가 국내 월패드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경동나비엔의 스마트홈 생태계 완성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경동나비엔의 자금 지원이 코맥스의 재정 상황 개선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약 40억원 수준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유상증자를 통해 약 2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3%로, 전년 동기 -131% 대비 이미 개선 추세를 보였다.
다만 코맥스가 완전한 정상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코맥스는 국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아파트 납품에 의존해왔는데,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매년 기록해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은 신축과 교체 수요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에 주력할 방침이며, 향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따라 건설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인수 이후에도 코맥스의 브랜드와 판매·생산·고객서비스 체계는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대표는 "경동나비엔과의 협력을 통해 생활환경 솔루션과 스마트홈 제품 간 연동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경동나비엔의 320억원 베팅이 코맥스의 경영난 극복과 스마트홈 시장 재편의 촉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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