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현대차 노조의 주장은 기실 낡은 저항의 형태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노동자들은 기계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방직기를 부수고 공장을 습격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역사는 자동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고, 오히려 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세력들만 도태됐다. 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불가' 주장도 유사한 과오를 반복하려는 것 아닌가.
이미 대세가 된 글로벌 자동화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로봇 자동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동차 로봇 시장은 2024년 99억 달러(약 14조원)에서 2032년 267억 달러(약 38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13.2%에 달한다. 이는 산업 자체의 운명이 자동화에 묶여 있다는 의미다.
더 구체적으로 현황을 살펴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65%가 이미 로봇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BMW와 Mercedes-Benz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라인에 배치했으며, Tesla는 자체 개발한 옵티머스 로봇의 대량 생산을 추진 중이다. Figure AI의 Brett Adcock 창업자는 2025년 1월 "10만개의 휴머노이드 로봇 배송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대차 경쟁사들은 이미 실행 단계에 진입해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자동차 공장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진행 중이다. 미국 자동차 생산 현장은 1만명당 1,200개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Tesla의 Fremont 공장은 1,000개가 넘는 로봇으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여전히 낮은 글로벌 가동률
그런데 문제는 이 낮은 가동률 상황에서도 자동화는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여유가 되는 생산 능력을 자동화로 채우려고 한다. 가동률이 낮은데 고용 인력은 많이 두고 있으면, 결과적으로 단위당 제조원가가 상승한다. 자동화는 이 적자를 메우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4년 한국 자동차 생산은 413만대로, 총 생산 용량 448만대의 92% 수준에 머물렀다. 미충족 생산 능력이 계속 발생하는 환경에서, 현대차가 비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아틀라스 도입이 현대차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현대차 노조가 제시한 비용 구조를 분석해보자. 노조는 "평균 연봉 1억 원의 근로자 3명이 연 3억 원의 인건비를 사용하는 반면, 로봇은 초기 구입비 이후 유지비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 자체는 정확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틀라스의 초기 가격을 약 13만 달러(약 2억 원)로 추정하며, 연 유지비는 1,400만 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노동자가 도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는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기 위한 필수 투자다. 비용 우위를 잃은 제조업은 결국 소멸한다. 자동화를 거부한다고 해서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오히려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생산 기지를 다른 국가로 이전하거나, 더 쉽게 자동화할 수 있는 공정으로만 투자한다.
'국내 공장 공동화'라는 진짜 위기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또 다른 우려는 실은 더 심각하다.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의 확대다. 현대차는 2024년 10만 대 미만의 생산 규모를 2028년 5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를 국내 공장 물량 이전으로 해석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우려는 타당하다. 하지만 해결책은 로봇 도입을 막는 것이 아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국제 무역 환경과 환율, 그리고 세계 수요 변화에 의존한다. 2025년 1월 현대차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아틀라스 공개가 '피지컬 AI' 회사로의 변신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시장 평가가 유지되려면 현대차는 실제로 경쟁사보다 빨리 로봇 기술을 상용화해야 한다.
국내 공장 고용을 지키는 진정한 방법은 로봇 도입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동화 속도와 회사 미래의 상관관계
현대차 노조가 놓친 관점이 있다. 바로 '경쟁'이다. BMW의 협력업체 Figure AI는 Mercedes-Benz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배포를 진행 중이다. Tesla는 옵티머스를 자체 공장에서 테스트하고 있고, 중국의 유니트리도 이미 양산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대차가 로봇 자동화에서 경쟁사보다 2~3년 뒤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산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고, 제조 품질에서 뒤진다. 결과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잃는다. 수익이 떨어진 회사는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 이것이 역사의 패턴이다.
반대로 현대차가 아틀라스 자동화에 성공한다면, 2028년 50만 대 생산이 단순한 수량 목표가 아니라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변환된다. 이는 국내 고용 안정의 가장 현실적인 기초가 된다. 한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이기지 못하면, 국내 어떤 보호도 무의미하다.
노조가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2025년 1월 현대차 주가는 CES 2026에서 공개된 아틀라스에 반응해 급등했다. 주당 32만 원에서 36만 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은 '피지컬 AI' 회사로의 변신을 평가한 것이다. 이 평가를 계속 받으려면 현대차는 구호가 아닌 성과를 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차가 로봇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이 단순히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화를 통해 얻은 유연성으로 제품 다양화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이는 고객 맞춤형 생산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그 수익이 연구개발, 신기술 투자, 그리고 교육받은 노동력 확보로 순환된다.
반대로 노조의 '로봇 도입 반대'가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대차는 자동화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선다. 생산 효율성에서 뒤진다. 몇 년이 지나면 현대차는 국제 경쟁에서 비효율적인 제조사로 낙인찍힌다. 최악의 경우 생산 기지 이전을 검토하거나, 극단적으로는 M&A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타협이 아닌 적응이 필요한 시점
현대차 노조가 "노사 합의 없는 로봇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로봇 도입 불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노조는 자신의 영향력을 로봇 도입을 멈추는 데 쓰기보다, 도입 과정과 이후 고용 구조 변화를 협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있다. 로봇 도입에 따른 직원 재교육 프로그램, 이직자에 대한 생활 안정금 지원, 신기술 관련 업무 창출, 정년 연장 등이다. 이러한 협상은 로봇 도입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반대'는 결국 시간 낭비다. 그 시간에 로봇이 들어올 때 조직과 노동자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들처럼 현실을 거부하다가는, 결국 역사 뒤편으로 밀려나갈 뿐이다. 현대차 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반대'가 아니라 '적응'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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