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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에너지-소재 기업 총수 ‘북적북적’ 왜?

현장과 소통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파악 … 4대그룹은 현장경영

2026-01-21 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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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세계경제포럼(WEF) 제56차 연례회의인 다보스포럼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올해도 개최되고 있다. 19일부터 23일까지(현지시간) 5일간 열리고 있는 이번 포럼에는 130개국 이상에서 약 3,000명의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해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을 주제로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 그룹 총수들 사이에서 다보스포럼에 대한 참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총수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국내 사업 현장 점검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룹 총수들 사이에서 다보스 포럼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시대, 현장에 나선 에너지·소재 기업들

포스코그룹, HD현대, 고려아연, GS칼텍스, HS효성 등 국내 에너지·소재·조선 기업의 수장들은 이번 다보스포럼을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올해로 4년 연속 다보스포럼 무대에 섰다. 정 회장은 HD현대의 핵심 사업인 조선과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놓고 글로벌 리더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다연료 기반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선박 건조·운영 효율화 전략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인공지능(AI) 기술 전환과 미래 에너지 관련 의제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평가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주력 사업인 철강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이차전지 분야와 관련해 글로벌 리더들과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년 연속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미래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산하 광업·금속 운영위원회의 4인 구성원 중 한 명인 최 회장은 '핵심광물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투자' 세션의 공식 연사로 나서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에너지·정유 산업의 구조 전환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수소, 지속가능항공유(SAF), 저탄소 연료 등 미래 에너지 이슈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6년부터 꾸준히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온 조 부회장은 지난해 아펙(APEC) 준비위원회 등 다른 일정으로 불참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2년 만에 다시 참석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신소재·에너지 전환 흐름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4대 그룹 총수들의 '전략적 선택', 사업장 현장 우선
반면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은 다보스포럼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불참은 상징적이다. 최 회장은 1998년 회장 취임 이후 거의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단골 참석자'로 불렸으며, 개별 세션을 열거나 공식 세션의 패널로 참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3년 연속 불참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 총수들이 다보스포럼 참석을 꺼리는 이유는 연초 사업장 점검과 경영 전략 수립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이다. 2026년을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이들은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며 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이들은 최근 미국과 중국, 중동, 인도 등 글로벌 현장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올 초 라스베이거스 CES 2026 등 선별적으로 글로벌 행사에 참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락한 글로벌 영향력
한때 '세계 경제 올림픽'으로 불렸던 다보스포럼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4대 그룹의 불참 현상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 등 최근 세계 경제·정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포럼의 조정·갈등 해소 기능이 약화되었고, 이에 따라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다보스포럼과 같은 글로벌 행사가 이전보다 더 늘어나 선택지가 많아졌다"며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벌였던 2023년처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요 그룹 총수는 계속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고관세 부과와 규제 허들을 강화하고, 엔비디아의 AI 열풍이 불면서 글로벌 경영 우선순위가 다보스포럼 같은 '국제 포럼'에서 '현장 경영'으로 이동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전과 달라진 한국 기업의 전략적 메시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다보스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확보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의제 설정자'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에너지 산업 협의체 등에서 미래 글로벌 에너지 분야의 청사진과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조선 분야 에너지·기술 혁신도 포함시키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미래 방향성을 놓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철강과 2차전지 중심으로 AI·로봇 시대 대응과 글로벌 R&D 인프라 확충, 탈탄소 전환 등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언급하고 있다.

현장 참석과 선택적 참여의 경계선

한편 '다보스포럼 개근생'으로 불렸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올해 현장 참석 대신 포럼 공식 웹사이트 기고문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김 부회장은 "무탄소 해양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선박 동력체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기 추진 선박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24년 '무탄소 추진 가스 운반선'을 제안한 데 이어 올해는 더욱 구체적인 미래 에너지 방안을 제시하며 여전히 글로벌 담론에 참여하되, 현장 방문이라는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한국 기업 총수들이 다보스포럼을 단순한 '네트워킹 행사'로만 보지 않으며, 각 기업의 사업 전략과 글로벌 위치에 따라 참석 여부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소재·조선 산업 리더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곧 자신들의 생존 문제임을 인식하고 현장에 나서 '의제 설정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반면 4대 그룹 총수들은 2026년을 경영 도약의 해로 삼고 국내 현장 점검과 선별적 글로벌 경영을 우선시하는 '현실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보스포럼의 위상이 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 재계의 이러한 차별화된 선택은 실용주의적 경영 전략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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