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첫 경영전략회의서 5년 발전 방안 논의
지난 3일과 4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열린 '그룹 경영전략 회의'는 정 회장이 지난 10월 취임 후 주재한 첫 번째 공식 전략회의로서 의미가 컸다. 이번 회의에는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과 경영진 총 32명이 참석했으며, 1박 2일에 걸쳐 그룹의 향후 5년 발전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정 회장은 "지금이 우리 그룹의 변화와 도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주력 사업들이 직면한 엄중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리더들부터 HD현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그룹의 미래를 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실 인식과 실행 의지를 동시에 담은 발언으로, 새로운 경영진의 경영 철학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 평가된다.
불리한 경영 환경 속에서의 전략적 선택
HD현대가 이번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 배경에는 글로벌 조선 시장의 악화와 심화하는 국제 경쟁이 있다. 조선 발주 사이클 둔화는 수주 기간을 장기화시키고 있으며, 미국·유럽·중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현지화 정책은 글로벌 사업 전개에 새로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 등 경쟁 기업들의 거센 추격이다. 기존의 주력 사업 분야에서 중국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HD현대의 시장 우위 지위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HD현대가 제시한 100조원 목표는 단순한 성장 목표를 넘어 생존 전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수익성 있는 성장을 실현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3대 전략 축으로 구성한 중장기 성장 비전
두 번째 전략 축은 핵심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현재 HD현대의 주력 사업인 조선·건설기계·정유화학·전력기기 등 각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신규 사업 개발만큼이나 기존 사업 부문에서의 체질 개선과 혁신을 강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번째는 신성장 분야의 체계적 육성이다. 로보틱스, 자율운항, 전기추진, 연료전지, 소형 원자로(SMR)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을 그룹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분야는 현재는 매출 기여도가 미미하지만, 2030년대 이후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HD현대의 구체적인 실행 전략의 핵심은 사업 구조 재정비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에 있다.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추진 중이며, 이미 12월 통합 출범을 앞두고 있다.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진행 중으로, 내년 1월 공식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조선 부문의 통합은 중형선부터 대형·특수선까지 아우르는 전 분야 생산체계를 갖추기 위한 전략이다. 분산되어 있던 도크와 시설, 기술력을 한데 모음으로써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특히 방산 수주와 친환경 연료 전환 선박, 해양플랜트 같은 고부가 특수 선박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기계 부문의 통합은 '현대'와 '디벨론' 듀얼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다. 통합 후 HD건설기계는 2030년까지 매출 14조8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으며, 이는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별 구체적 실행 계획
조선 분야: 글로벌 절대 우위 확보
조선 분야에서 HD현대는 합병 효과를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한 조선사로서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여기에 HD현대미포가 갖춘 함정 건조에 적합한 규모의 도크와 설비를 결합하면,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수주 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사업 재편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에 신설한 'HD현대아시아홀딩스'를 중심으로 베트남·필리핀 조선소까지 포함하는 역역 사업 재편을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유·석유화학 사업: 수익성 강화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은 원가경쟁력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HD현대는 혁신활동을 통해 원가를 체계적으로 낮추고, 동시에 고부가 가치 제품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악화된 수익성을 다시 회복하고 중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할 예정이다.
전력기기 사업: 글로벌 수요 대응
전력기기 사업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성장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분야다. HD현대는 생산능력 확충을 통해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중·저압 차단기 시장에서의 입지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스마트그리드 및 배전 시스템 고도화 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성장 분야: 미래를 대비한 투자
로보틱스, 자율운항, 전기추진, 연료전지, 소형 원자로(SMR) 등 신성장 사업은 현재는 매출 기여도가 미미하지만, 이들 산업이 글로벌 산업 구조 재편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들이다. HD현대는 이들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연구·개발과 사업화 준비를 병행하여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정기선 회장은 최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에너지 분야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 등 향후 5년 간 약 15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을 기점으로 한 실행 로드맵
HD현대는 제시한 성장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시간표를 마련했다. 2026년을 기점으로 전 사업 부문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024년부터 추진 중인 조선·건설기계 통합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는 시점이 되도록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한 미래 성장 로드맵은 단순한 목표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실천 의지"라며 "2026년을 기점으로 전 사업 부문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해 중장기 성장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2년 내에 경영 구조 개편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 의식을 반영한 발언이다.
정기선 체제 출범 후 시가총액 66% 급증
정 회장의 현 상황 진단과 미래 전략 제시는 새로운 경영 철학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정 회장은 2007년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에 진출했으며, 2009년 HD현대그룹에 합류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 MBA 과정과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경험을 거쳤다. 이러한 배경은 국제적 감각과 전략적 사고를 갖춘 리더라는 평가로 이어져 왔다.
'정기선 체제' 출범 이후 HD현대의 경영 성과도 부각되고 있다. 올해 초 79조2800억원이던 그룹 시가총액은 9월 기준 131조8200억원으로 66.3% 증가하며 '100조원 클럽'에 진입했다. 그 결과 2023년 재계 9위이던 HD현대의 순위는 삼성·SK·현대차·LG그룹에 이은 5위로 4단계 상승하기도 했다.
정기선 회장이 제시한 2030년 매출 100조원이라는 목표와 로드맵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산업 구조 변화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HD현대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조선·건선기계 통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친환경·디지털·AI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동시에 로보틱스·연료전지·소형원자로 같은 미래 사업에 대비하는 다층적 전략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 2년간이 특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이 실제로 경영 구조 개편의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성과가 2030년의 100조원 목표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검증될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기선 회장의 경영 능력과 HD현대의 실행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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