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세당국은 특히 오뚜기가 지난 4월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라면 등 상품 가격을 인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뚜기가 면사랑으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원재료를 매입해 재료비를 과다 신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고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분여했다는 의혹이다. 면사랑과 오뚜기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 비중은 약 15% 수준으로, 연간 수백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의 제안으로 시작한 30년 역사
면사랑의 역사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정세장 대표는 삼성전자 해외사업부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력을 쌓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장인인 오뚜기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제안을 받아 1991년 장학식품(면사랑의 전신)을 설립하게 된다.
정세장 대표는 함태호 명예회장의 큰사위로, 그의 장녀 함영림 전 이화여대 교수와 결혼했으며, 현 오뚜기 회장 함영준의 매형이다. 이러한 혈연 관계로 인해 면사랑은 출범 초기부터 '오뚜기의 가족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면사랑은 오뚜기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건면 국수 생산에 집중했으며,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옛날국수'를 납품하면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1996년에는 자체 브랜드 '면사랑'을 도입하며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국내 유일 '면·소스·고명' 통합 생산 시스템
면사랑의 가장 큰 경쟁력은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위치한 약 7만6000㎡(2만3000평) 규모의 종합 생산 공장이다. 이 공장은 면, 소스, 고명(튀김·육가공)을 한 곳에서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시설로 평가받는다. 라면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면 제조 공장이기도 하다.
공장은 70% 이상 자동화돼 있으며, 건면 기준 1일 생산량은 55톤, 냉면은 1일 60톤을 생산해 국내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또한 21가지 해썹(HACCP) 유형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검사를 받아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B2B 강자에서 B2C 시장 도전까지
그러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B2B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면사랑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경험하게 된다. 2020년 매출은 1038억원, 영업이익은 약 1억원에 그쳤다. 정세장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는 매출이 전년 대비 20~30%까지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위기를 계기로 면사랑은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2021년 가정간편식(HMR) 냉동팩면 9종을 출시한 데 이어, 2022년에는 '누들플레쉬' 냉동밀키트 9종을 선보이며 소비자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를 통한 직접 판매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1174억원, 2022년 1400억원, 2023년 약 1700억원으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기준 B2C 매출은 약 2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의 11%를 차지했으며, 회사는 향후 이 비중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와의 애증의 관계
면사랑과 오뚜기의 관계는 복잡하다. 2005년 면사랑이 처음으로 내부거래를 공시했을 당시, 매출 271억원 중 179억원이 오뚜기에서 나왔다. 내부거래 비율이 무려 66%에 달했던 것이다. 2010년까지도 면사랑 매출의 약 50%가 오뚜기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비율은 점차 낮아졌다. 2018년 20%(209억원), 2019년 16.2%(181억원), 2020년 23.6%(245억원), 2021년 20.4%(240억원), 2022년 15.2%(213억원)로 내부거래 비중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200억원대의 거래 규모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정세장 대표는 여러 인터뷰에서 "장인의 제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뚜기와 면사랑이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며 "지배구조도 얽혀있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전체 매출의 10~20%는 오뚜기에서 나오지만, 추가로 납품할 계획은 없다"며 "오뚜기는 오뚜기대로, 우리는 우리 힘으로 갈 길이 따로 있다"고 독립적인 경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면사랑은 OEM 사업도 축소하고 있다. 정 대표는 "면사랑 브랜드를 걸지 않고 타사 제품을 만드는 OEM 사업은 '오뚜기 옛날국수' 외에는 앞으로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여태까지 남의 제품만 만들어줬는데, 이제는 면사랑 깃발을 내걸고 시장에서 평가받겠다"고 선언했다.
중견기업 진입과 법적 분쟁
면사랑의 성장은 예상치 못한 법적 문제를 불러왔다. 2020년 3월 31일 기준으로 면사랑의 3년간 평균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3년의 유예 기간이 지난 2023년 4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국수·냉면 제조업이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었다.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대기업은 생계형적합업종 관련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하면 안 된다. 면사랑이 중견기업이 되면서 오뚜기가 면사랑과의 거래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뚜기와 면사랑은 2023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에 면사랑과의 거래량을 줄이겠다는 조건으로 사업 확장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기부는 이를 거부하고 면사랑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대체 거래처를 찾으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오뚜기와 면사랑은 2024년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6월 12일 서울행정법원은 "오뚜기와 면사랑이 기존에 중소기업 OEM을 통해 거래하던 한도 내에선 확장으로 볼 수 없어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업의 영업상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확장'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중기부는 항소 기간 만료일인 6월 29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로써 오뚜기와 면사랑 간 30년간 이어온 협력 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받게 됐다.
국세청 조사 대상으로 부상
그러나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자마자 면사랑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국세청이 오뚜기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시작하면서 면사랑과의 거래 관계가 주요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과세당국은 오뚜기가 면사랑으로부터 원재료를 시세보다 고가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한 면사랑에 재료비를 과다 신고하는 수법으로 법인세를 줄이고, 특수관계인인 정세장 대표 일가에게 이익을 분여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면사랑의 주주 구조를 보면, 정세장 대표 및 특수관계자가 94.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면사랑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총 72억45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대부분을 정세장 대표 등 특수관계자가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뚜기 측은 "이번 조사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며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는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특수관계인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같은 사안을 조사했으나 무혐의로 종결됐다"며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가 있었다면 공정위 조사가 무혐의로 끝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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