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5개 상임위 4명 소환…'전방위 검증'
12일 유통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가장 많은 증인이 채택된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총 5개 상임위원회에 4명의 경영진이 소환되면서 사실상 전방위 검증을 받게 됐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14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시작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3개 상임위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쿠팡의 정산 방식이나 수수료 공제 구조 등 판매자와의 거래 공정성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주성원 커머스전략총괄은 과방위에서 이른바 '납치광고'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클릭하지도 않았는데 쿠팡 홈페이지로 강제 이동하는 온라인 광고에 대한 사실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에 쿠팡은 자사 제휴마케팅 서비스 '쿠팡 파트너스'를 악용한 악성 파트너사 10여 곳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종철 쿠팡CFS 대표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용직 제도 개선 대책 이행 여부 관련 신문을 받는다.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는 정무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14일 정무위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당초 정무위는 쿠팡의 대만 사업, 쿠팡플레이 스포츠패스 요금,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 등과 관련해 질의할 계획이었다. 정무위는 이달 말 열리는 종합감사 때 재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배달 앱 수수료 논란…배민·쿠팡이츠 대표 소환
최근 배달 플랫폼은 배달 앱 수수료를 소상공인에게 전가하며 과도한 부담을 지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수수료 상한을 정하는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동시에,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배달 플랫폼이 입점 업체에 물리는 수수료를 주문 매출액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배달 플랫폼 갑질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배달 앱 불공정 운영과 독점, 소상공인 비용 전가 문제 등에 대해 집중 질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도 수수료가 높으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14일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는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이사와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증인 목록에 올라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질의를 받는다. 이 자리에는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주 대표와 이의환 홈플러스 전대채 피해자 대책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홈플러스는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15개 점포를 연내 모두 폐점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후 민주당과 MBK 측이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매수사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폐점하지 않기로 확약했다고 발표했다.
김병주 MBK 회장은 오는 30일 기후에너지환노위 종합국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홈플러스 통폐합 과정에서의 노동자 처우 문제와 관련한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정부의 방조 속에 성장한 사모펀드가 국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MBK는 수익만 챙기고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를 희생시켰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산자위 종합감사에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산자위는 신세계그룹 지마켓과 알리바바그룹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 법인 설립 건과 관련해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소비자 정보 보호를 중점적으로 질문할 계획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기업결합에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상호 이용할 수 없도록 조건을 걸어 승인한 바 있다.
다이소·프랜차이즈·식품업계도 대거 소환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는 중소기업 모방 제품 출시 논란 등으로 산자위 국감에 소환됐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 이주철 W컨셉 대표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의 송종화 대표이사는 정무위 국감에 소환됐다. 순살치킨 중량을 약 30% 줄인 것과 공정위 제소에 따른 보복 조치로 가맹점 재계약을 거절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이종근 명륜당 대표는 가맹점주 대상 불법 대부업을 했다는 의혹으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남돼지집 운영사 하남에프앤비의 장보환 대표도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사건 관련 증인으로 나온다.
SPC삼립 시화공장 기계 끼임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는 도세호 SPC 대표가 오는 15일 열리는 기후에너지환노위 고용노동부 국감에 증인으로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해당 공장을 찾아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등을 질타한 바 있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는 오는 30일 고용노동부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지난 6월 한 맥도날드 매장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취지의 문서를 남기고 사망한 데 대해 집중 질문을 받을 전망이다.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은 13일 기획재정위원회에 나와 롯데지주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상황과 자기주식 과다 보유 경위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오는 21일 농약 성분이 들어간 우롱차 판매와 관련해 복지위 국정감사에 나올 예정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30일 기후에너지환노위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마트 기간제 사원 차별과 관련한 신문을 받는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오는 30일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지역축제 의혹과 각종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업계 "망신주기 청문회" 우려
국회의 유통가 수장 무더기 증인 채택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은 행정 감시와 정책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특정 기업을 부각시키거나 여론전을 유도하는 망신주기 청문회가 되면 산업 전체의 신뢰도만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업인 줄 세우기가 재현되면서 재계를 정쟁 도구로 삼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이 경영진의 증인 출석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기업인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달 말 열리는 APEC 일정이 국감과 겹쳐 이중고를 겪는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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