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에서 구조조정과 사업 통폐합 등 경영 판단 영역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손해배상 카드가 약화되면서 노조들이 더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HD현대 조선 3사, '마스가' 합병에 집단 반발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핵심인 HD현대그룹이 노조 파업으로 첫 시련을 겪고 있다. HD현대 조선 계열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2일부터 나흘간 연속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특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발표다. 노조는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과 일방적 전환 배치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며 "합병 관련 세부 자료와 고용보장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전격적인 합병을 두고 노조에 일언반구도 없었던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조선업계에서 기업의 경영 판단에 대해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평가된다. HD현대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첫 번째 협약을 체결하며 훈풍을 맞고 있었지만, 노조 파업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비상...한국GM 철수설까지 재부상
관세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5% 품목 관세 부담을 지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도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등을 요구하며 협상 결렬 시 총파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철강·건설업까지 확산되는 강경투쟁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달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현대제철 경영진 3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이후 첫 번째 원청 대상 집단 고소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노조 또한 임금 7.7% 인상을 요구하면서 "5일까지 조합원이 만족할 제시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주저 없이 투쟁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계 기업 철수 우려와 경제계 대응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등 해외투자기업 단체들은 이미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국내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이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GM 사례에서 보듯이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사업 축소 및 철수 가능성이 현실적 위험으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 시행 전임에도 우려했던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산업계에는 굉장히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정된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쟁의 대상이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명확하지 않기에 노동계에서는 법이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기대 심리를 갖고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완책 마련 시급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국회에서 후속 보완입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의 사용자를 어디까지로 볼지, 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국회는 신속한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미 조선업 협력과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잡힌 노사관계 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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