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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우려 공시’ 봇물

“사업 재편 걸림돌 될 수 있으니 유의해 달라” … 경영리스크 현실화

2025-09-02 10:49:56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우려 공시’ 봇물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인 노란봉투법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투자설명서와 사채 발행 공시를 통해 잇달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SK(주)는 지난달 28일 1700억원 규모 사채를 발행하는 투자설명서를 공시했다. 이 설명서에서 SK는 손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부문 사업 재편을 언급하며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조 및 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노동조합법 2조 및 3조 개정안은 회사의 사업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 노동쟁의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SK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SK지오센트릭 및 석유화학 업체들의 영업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투자자 여러분께서는 이를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공시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연말까지 최대 370만t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3100억원의 사채 발행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동쟁의의 범위를 임금과 근로조건뿐 아니라 경영상 결정,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으로 확대해 노동자가 사업장 내 경영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은 "이로 인해 건설 업계에서는 원청과 하청 간 노사관계 변화와 함께 파업 등 쟁의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외에도 GS에너지, 현대건설 등이 사용자 범위와 파업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시 노조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덜어주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자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수백개 하청과 교섭해야... 1년 내내 단체교섭만"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조선업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조선업계의 사내하청 비중은 63.9%로, 인력 규모는 6만7000여 명에 달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1차 협력사는 2024년말 기준 각각 2,420곳, 1,430곳, 1,334곳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본사가 협력업체 노조의 파업에도 교섭 당사자로 불려나가야 한다. 한 대형 조선사 고위 관계자는 "원청 사업주는 수십, 수백 개의 협력업체와 1년 내내 단체교섭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갈 판"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수백곳의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는 조선업계에서는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 조선소와 계약하는 사내 협력사만 수백곳, 기자재를 납품받는 사외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000곳이 넘는다"며 "납기를 맞추려고 협력사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경영이 실질적으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부터 하청노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마자 한화오션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 시절 파업으로 제기됐던 47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조건 없이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경영권 침해, 투자환경 악화 토로
노란봉투법이 기업 경영에 미칠 실질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으로 넓였다. 이로 인해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공장 증설 및 해외 진출 같은 경영 사항이나 회사와 무관한 사안도 파업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경영권을 침해하고 파업 사유를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이다. 예전과 달리 선점을 하는 기업이 시장을 거의 지배하는 중"이라면서 "(개정안을 보면) 신산업이나 해외에 투자할 경우에도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제 경쟁력이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계 A 대표는 "노조의 쟁의 행위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직장 폐쇄, 손해 배상 등인데 하청 기업을 폐쇄할 수도 없고 손해 배상도 제한하고 있어 교섭력이 많이 약화될 것 같다"며 "체력이 좋은 대기업이야 장기간 파업에도 버틸 수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은 몇 주만 파업해도 당장 큰 충격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중견·중소 등 기업 사이즈가 작을 수록 더 수월하게 옮길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준비 중인 곳들도 있더라"고 귀띔했다.

"진짜 사장 나와라"... 대기업 총수 겨냥 교섭 요구 봇물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부터 하청업체 노동조합들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총수를 직접 겨냥한 요구가 빗발치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는 27일 LG헬로비전의 하청 구조를 없애고 협력사를 완전 자회사로 전환해 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노조는 "협력사가 하청 비정규직만 임금을 동결하고 단체협약까지 개악하려고 한다"며 "진짜 사장인 LG헬로비전이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제철 全조합원 최초 집단 고소도 이어졌다. 노조는 현대제철과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향해 "직접 교섭에 나서는 동시에 200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네이버 산하 6개 자회사 노조도 같은 날 원청인 네이버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연다.

국제 투자환경에도 악영향... 외국계 기업들 철수 경고

노란봉투법이 국제 투자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25년 7월 29일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는 해당 법안이 실행 될 경우 대한민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반대를 표명하며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쟁력 실추와 투자 매력도 감소, 그리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이러한 행보가 대한민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에게 어떤 시그널을 줄 지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도 미국 상공회의소(AMCHAM)와 유럽 상공회의소(ECCK)가 한국의 투자 환경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AMCHAM의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로서 유연한 노동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 법이 미국 기업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6개월 유예기간 동안 보완책 마련할까

경영계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정부와 노사가 함께하는 태스크포스(TF)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대표 경제단체들은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기업들 의견을 재차 수렴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현실화된다면 6개월의 시행 유예 기간과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추가 보완을 설득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경제 6단체는 노란봉투법 후폭풍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7월 31일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경영계의 제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없이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해 법안이 통과된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구조조정이나 해외 투자 결정조차 노사 쟁의 대상에 포함된다면, 기업의 전략적 경영 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계는 최소 1년 이상의 유예 기간을 요구하며, 법 개정 전에 노사 의견 수렴과 이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애원했다는 상황에서 6개월의 유예기간만으로는 충분한 준비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기업들의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과 보완책이 마련되느냐가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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